싸움짱 홍콩누님이 돌아왔다

언어장벽이 웃음코드로 등장
생각없이 웃고 즐기기엔 ‘딱’

‘싸움짱’ 누님이 혼탁한 강호를 평정한다는 기본 컨셉트는 같다. 액션과 코미디를 얼개로 하는 것도 그대로다. 그러나 ‘조폭마누라 3’은 ‘조폭마누라’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새롭다. 물론 그건 가위를 휘두르는 누님이 신은경에서 홍콩스타 수치(舒淇)로 바뀌었다는 점도 포함해서다.

홍콩 조직 보스(티룽·`狄龍)의 딸 아령(수치)은 조직간의 암투를 피해 한국으로 피신한다. 아령의 안전을 부탁받은 동방파 양사장은 넘버 3 기철(이범수)에게 아령을 맡긴다. 홍콩에서 날아온 킬러들이 아령을 노린다.

성역할을 바꿔놓고 거기서 오는 상식의 충돌을 웃음 코드로 삼았던 ‘조폭마누라’와는 달리 ‘조폭마누라 3’은 언어장벽을 웃음 코드로 끌어들인다. 당연히 연변 출신의 통역사 연희(현영)의 역할이 커졌다. 조선족 말투의 순진한 아가씨가 권력관계를 눈치 채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게 되는 과정은 ‘폭소탄’급이다.

현영은 주어진 자기 몫 이상을 해내는 잠재력을 가진 배우임을 확인시킨다. 기철과 아령의 살벌한 대화를 상냥하게 포장하고 급기야 아령의 지위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연희는 현영에 의해 가장 생기 있는 캐릭터로 구현됐다.

자동차 추격전과 총격전, 홍콩의 건물 폭파신 등 액션의 스케일도 커졌다. 줄거리 짜임새나 영화를 끌고 가는 리듬 등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떠랴, 대중은 웃길 원하고 그런 대중에게 물불 가리지 않고 부응하겠다는 사명을 몸 바쳐서 수행해내는 걸.

‘조폭마누라’에 비해 좀 심심하긴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웃고 즐기기에 무난하다.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