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스파이… 조폭 연말관객은 누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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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스파이… 조폭 연말관객은 누구편?

  • 승인 2006-12-27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불황의 기운을 씻고 뜨겁게 불황의 기운을 씻고 뜨겁게 불황의 기운을 씻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극장가. 한국 영화 ‘미녀는 괴로워’ ‘중천’, 할리우드의 ‘007 카지노 로얄’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조폭마누라 3’이 가세한다. 연말연시 휴일의 승자는 과연 누굴까?



미녀는괴로워, 300만 동원 눈앞


◇미녀는 괴로워=‘미녀’가 불황이라는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성탄 연휴까지 ‘미녀’를 만난 관객은 벌써 250만 명을 넘어섰다. 새해 연휴까지 300만 명 돌파는 확실해 보인다. ‘미녀’ 돌풍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기세다.

‘미녀는 괴로워’는 안 뵈는 게 세상 사람들 도와주는 거라는 ‘뚱녀’의 비애와 ‘S라인 미녀’로 거듭난 그녀가 펼치는 ‘사랑과 가수 성공기’.

인기몰이의 일등공신은 뚱녀 분장에 노래, 춤까지 직접 소화해 낸 김아중. 거기에 촌철살인의 대사와 명조연들의 코믹한 연기가 재미를 더한다.

주진모와 김아중이 펼치는 ‘치고 받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작지만 강한 흥미를 일으키고 이 세상 수컷 늑대들을 대표하는 조연들의 면면은 휘황하다. 강한나의 아버지로 나오는 임현식을 비롯해 이한위 성동일 박노식 김용건, 카메오로 출연한 이범수 등등.

‘뚱녀’에겐 매몰차기 짝이 없던 사내들이 ‘미녀’ 앞에선 깜박 죽는 위선의 행진이 웃음의 포인트.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다거나 성형 권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나 진지한 자아성찰 같은 건 기대하지 말자. 즐겁자고 만든 영화고 의도만큼의 즐거움을 준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따뜻한 웃음을 주는 잘 빠진 영화다.

중천, 이제 100만명 탄력 미지수

◇중천= 한국영화로는 성공한 전례가 없는 장르 판타지, 그것도 흥행은커녕 남는 건 고생뿐이라는 중국 로케도 감행했다. 컴퓨터그래픽(CG)은 순수 국내 기술만을 고집했다. 한국 영화팬이라면 ‘중천’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아이디어도 기발하다. 죽은 영혼이 49일 동안 머물며 환생을 준비한다는 공간 중천, 왕실 퇴마부대 처용대 등 뭔가 눈과 귀가 번쩍 뜨일 재미있는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 같다.

성탄까지 100만 명을 동원했지만 성에 찰리 만무. 힘이 붙을지 더 지켜봐야 할 듯.
이곽(정우성)은 중천에서 눈을 뜬다. 먼저 세상을 뜬 연인 연화(김태희)는 그 곳에서 이승의 기억을 지운 채 천인(天人) 소화가 되어 있다. 이곽은 사랑하는 소화를 위해 한때 정을 나눈 처용대 동료들과 싸워야 한다.

CG는 할리우드가 부럽지 않을 만큼 빼어나다. 볼거리는 현 단계 한국 영화 스펙터클의 최고 수준. 특히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완성시킨 디지털 액터는 대단한 성취로 박수감.

하지만 아무리 영상이 훌륭하다 한들 드라마가 관객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니 안타깝다. ‘해피피트’를 연출한 조지 밀러의 말은 ‘중천’에도 유효하다. “이야기가 제일 중요하다.”


007카지노 로얄, 시리즈 1주 관객최다


◇007 카지노 로얄=개봉 6일 만에 관객 60만 명을 넘어서 007시리즈 중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영화의 첫 시퀀스. 타깃을 암살하는 제임스 본드의 와일드한 액션이 펼쳐진다. 화면은 이렇게 말한다. 핸섬한 지금까지의 본드는 잊어라. 이제부터는 거칠고 ‘인간적인’ 본드다.

두번째 암살 임무를 마치고 살인면허 ‘더블 오’를 부여받은 본드(대니얼 크레이그)는 국제 테러자금 운용자인 르쉬프(매즈 미컬슨)에게 접근해 배후를 캐는 임무를 맡는다. 본드는 르쉬프가 여는 카지노 게임에 끼어든다.

기발한 무기도 없다. 대니얼 크레이그의 본드는 실수 연발에 성질 급하고, 본드걸과 사랑에 심각하게 빠져 든다. 제작자 바바라 브로콜리는 시리즈의 색깔을 확 바꾸고 싶어 했고,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슬로건 아래 ‘원작에 충실한’ 본드를 빚어냈다. 그리고 터프한 매력의 새 본드는 꽤 성공적으로 관객에게 어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본드의 비극적인 첫 사랑. 아름다운 본드걸과 번번이 로맨스에 빠지면서도 왜 사랑은 할 수 없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기존의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공식들을 하나씩 바쁘게 채워나간다. 007은 달라져도 역시 007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박물관이살아있다, 가족관객 낙점성공

◇박물관이 살아있다=크리스마스 시즌 박스오피스 1위는 뜻밖에도 ‘박물관이 살아있다’였다. ‘미녀는 괴로워’ ‘중천’에 비해 스크린 수는 뒤졌으나 방학을 맞은 어린이를 둔 가족관객의 낙점을 받는데 성공했다. 전국 누계는 135만 명.

뼈만 앙상한 공룡이 살아 활개치고 훈족 로마병정 원시인 사자 심지어 이스터 석상까지 잠에서 깨어나는 데 디즈니랜드를 방불하는 이런 신나는 장면들을 외면할 어린이가 어디 있을까.

별로 내키지 않는 자연사박물관 야간 경비원 업무를 맡게 된 래리. 그런 그에게 선배 경비원들은 ‘아무 것도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는 알 수 없는 경고만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깜박 잠이 들었다 깬 래리는 거대한 공룡의 뼈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당황한 래리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정교한 컴퓨터그래픽은 충분한 볼거리를 준다. 특히 살아났던 유물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전시물이 되는 아침장면의 촬영과 특수효과는 아주 탁월하다.

박물관 예산으로 인해 구조조정당하는 나이 든 경비원들이 노후를 위해 보물을 훔친다는 설정은 허술하고 조악하다. 플롯의 부족한 부분을 때우는 벤 스틸러의 개인기도 이젠 식상하다. 벤은 역시 성인코미디에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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