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편집부장 |
병술년 끝자락에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다. 내년 12월 19일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여권은 통합신당을 만들어 정권 재창출에 나서자는 신당파와 당사수파가 막말이 오가는 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고,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권 주자 ‘빅3’ 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대통령 빼놓고 모든 공직을 경험했다는 고건 전 총리는 희망연대를 출범시킨 후 ‘소걸음 정치’를 펼치고 있고, 확실한 대권주자가 없는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며칠 간격으로 보도되는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결과는 고단한 서민들의 ‘술안주’ 로 오르고 있다.
최근 정치적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즉 ‘흘러간 3김’의 자택에도 찾아오는 정치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 대학 특강에서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아직 배 12척이 남았고 이순신이 죽지 않았다)’라고 한 이회창 전 총재의 말 한마디는 자신이 몸담았던 한나라당 내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일년 여를 남기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동네 풍경이다.
주역의 건괘(乾卦) 에는 4가지의 용이 나온다. 잠룡(潛龍), 현룡(見龍), 비룡(飛龍), 항룡(亢龍) 이다. 잠룡은 물 속에 숨어서 비상을 준비하는 용이고, 현룡은 세상에 나와 자기의 실력을 시험해 보는 용이다. 비룡은 천하를 다스리는 지위에 오르는 용이고,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 내려올 수 없는 용을 뜻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고건 전 총리 등 대권 주자들은 비룡을 꿈꾸는 현룡인 셈이다.
대권을 놓고 용트림하고 있는 중앙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지역정가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병으로 지난달 초 별세한 구논회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서을의 보궐 선거를 둘러싸고 지역정치권이 꿈틀대고 있다. 내년 4월 보궐선거는 8개월 후 치러질 대선의 시금석이기에 중앙 정치권의 관심도 뜨겁다. 심대평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는 당 안팎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정치 생명을 건 결정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2004년 총선 전 구논회 의원과 함께 당내 경선에 나섰던 박범계 변호사가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염홍철 전 대전시장의 출마설도 끊임없이 떠돈다. 염 전 시장은 정계 개편 등 정치권의 이합집산을 관망한 후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나라당은 권토중래를 꾀해 왔던 이재선 전 의원의 출마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한 국가, 한 지역구의 리더를 뽑는 절차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리더의 요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능력과 운(運), 그리고 그 사람이 시대에 맞는지 안 맞는지다. 능력이 있더라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태어나지 않으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마키아벨리가 말한 리더의 요건이다.
선거가 늘 그랬듯 내년 4월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선과 12월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과거에 경험했듯 앞으로 남은 시간만큼이나 정치 지형을 돌려놓을 변수는 많다.
올 한해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겪었다.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정치권은 정쟁으로 일관했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고단했다. 결국 ‘희망가’는 주권자이자 정치 소비자인 국민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새삼스런 교훈을 얻은 병술년 한 해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