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의 외진 시골 마을. 영화 ‘철도원’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오토는 기차역 호로마이를 평생 지켜오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이용객이 거의 없어진 호로마이 역은 곧 폐쇄될 예정이다.
그의 동료는 리조트에 함께 취직하기를 권하지만 그에게 있어 기차역은 삶의 전부였다.
사랑하는 아내가 17년만에 아기를 가진 기쁨을 눈 덮인 선로에서 함께 나눴고, 그 아이가 차가운 시신이 되어 돌아오는 것을 지켜봤으며 사랑하는 아내를 마지막으로 배웅한 곳이다. 그에게 남은 한이 있다면 딸 유키코를 일찍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것과 아내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두 번 다 교대할 사람이 없어 역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쓸쓸한 기분으로 새해를 맞는 그의 앞에 인형을 든 소녀 하나가 나타난다.
소녀는 인형을 역에 놓아둔 채 사라지고 그 날 밤 소녀의 언니라는 또 다른 아이가 찾아온다.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소녀들과 그들이 가진 낯익은 인형에 묘한 기분을 느끼는 오토. 세번째로 나타난 소녀는 열 일곱의 풋풋한 고등학생이었다. 소녀는 스스럼없이 오토에게 말을 건네고 따끈한 나베 요리를 차려 준다.
잠시 후 한 통의 전화를 받은 오토는 소녀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유키코, 왜 거짓말을 했니?” 그러자 소녀는 대답한다.
“무서워하실 까봐요.” 딸 유키코는 아버지가 보지 못한 자신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잠시 돌아왔던 것이다. 가슴의 응어리를 푼 오토는 다음날 아침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추운 날씨에 찾아온 유키코에게 오토는 기관사들에게 주려고 남겨 둔 단팥죽 한 그릇을 대접한다.
아직은 그녀가 딸이라는 것을 모른 채, 부녀는 단팥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난로에 데운 따끈한 단팥죽은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겨울철 간식으로 가장 좋은 음식 중 하나가 단팥죽이다. 쌀을 넣고 묽게 끓여 달지 않게 먹는 것은 우리나라 식이며 설탕으로 단맛을 내고 석쇠에 구운 찹쌀떡을 넣어 먹는 것이 일본식이다.
혹은 좁쌀로 빚은 떡이나 밤을 넣기도 한다. 취향에 따라 계핏가루를 넣으면 색다른 맛이 난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단 음식의 재료로 자주 이용되는 것이 바로 팥이다. 팥의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은 갖가지 떡의 소로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개피떡에 들어가는 팥소는 자칫 밋밋해지기 쉬운 떡의 맛을 살려주고 두텁떡의 팥소는 유자의 향긋한 맛과 어우러져 호사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일본인들은 설탕과 섞여 강렬한 단맛을 내는 팥을 화과자의 주재료로 애용한다.
최창우 대중한의원장은 “술자리가 잦은 연말, 단팥죽을 먹으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팥은 소염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술로 약해진 위장을 빠르게 회복시켜 준다”고 말했다.
또 최원장은 “팥은 이뇨효과가 있으며 피를 맑게 해주고 부기를 빠지게 하는 해독 작용이 있다”며 “한방에서도 팥은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소양인들에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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