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4인분):
팥 1컵, 물 10컵, 설탕 1/3컵, 물 녹말 1~2큰술(물과 녹말 동량으로 섞어서),
새알심(찹쌀가루 1컵, 끓는 물 2큰술 정도), 녹말 1큰술
-만드는 법:
1. 팥은 깨끗이 씻어 냄비에 담은 후,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인 다음 첫 물은 따라 버린다.
2. 1에 다시 물을 붓고 끓인다.
3. 팥알이 터질 정도가 될 때까지 삶는다.
4. 팥알이 잘 으깨지면 체에 내려 팥물을 남기고 껍질은 버린다.
5. 팥물을 다시 끓이다가 설탕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6. 5에 녹말물을 풀어서 걸쭉하게 만든다.
7. 찹쌀가루에 끓는 물을 부어서 반죽해 지름 1㎝ 정도 크기로 동그랗게 만든다.
8. 새알심에 녹말을 묻혀 여분은 털어 내고 끓는 물에 삶아 건져 찬물에 헹군다.
9. 팥죽에 새알심을 넣고 한소끔 끓여서 그릇에 담는다.
(tip: 팥알의 씹히는 맛을 느끼고 싶다면 체에 거르지 않고 그대로 끓인다.)
축제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동지 때는 태양이 부활하는 날이라 하여 상서롭지 못한 것들을 쫓기 위해 팥죽을 쑤어먹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이라고 하였다. 동지팥죽을 쑤어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다.
“여보, 동지팥죽 안 쒀?”
“동지가 언제인데?”
“이사람, 정신을 어디다 두고 살아? 오늘이 동지라구!”
바삐 사는 사람처럼 날짜 가는 것도 모르냐는 핀잔에 주부 이정숙(53·`삼천동)씨는 얼른 달력을 쳐다본다. 나이가 들어 희끗희끗 흰머리가 나고 건망증이 심해졌다며 딴전을 피운다. 이제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이다. 며칠 남지 않은 세밑에 마음이 급하다.
이 씨는 예전 친정어머니가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먹었던 일을 기억하고 이날이면 팥죽 쑤는 일을 잊지 않는다. 마침 이 씨는 다니고 있는 대전문화요리제과직업전문학교(이하 문화요리학교) 수강생들과 동지를 맞아 팥죽을 만들었다.
신명철 문화요리학교 이사장은 우선 찹쌀을 불려 곱게 빻아 놓았다. 팥도 올 가을에 수확한 햇 팥으로 삶아 놓았다.
신 이사장은 “송편을 빚을 때는 멥쌀을 사용하기 때문에 익반죽을 하지만, 찹쌀로 빚는 새알심은 찬물로 반죽을 해야 풀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으로 조금씩 떼어 손바닥으로 빙빙 돌리자 새알심이 만들어진다. 손으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이 좋다. 이 씨는 수강생 동기인 송용숙(40`·둔산동)과 자녀 교육이야기로 시작해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새알심이 접시 가득 찼다.
새알심을 이 씨와 송 씨가 만드는 동안 또 다른 수강생 박성아(23·`둔산동)씨가 팥을 으깨면서 팥물을 만들었다. 체로 걸러낸 팥물이 팔팔 끓자 드디어 곱게 빚은 새알을 넣었다. 새알이 익기 전까지 나무주걱으로 저으면서 3명의 수강생들은 벌써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수강생들은 이런 음식은 나누어 먹어야 된다며 강의실주변에 죽 그릇을 들고 나선다. 신이사장은 동지팥죽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잘 익은 김치와 동치미를 꺼내왔다. 국물이 빨갛게 우러나온 김치,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동치미가 팥죽과 잘 어울렸다.
누군가 “예전 어머니가 해주던 바로 그 맛인 걸!”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동짓날이면 집집마다 팥죽을 쒀 나눠 먹기 바빴다며 각자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송씨는 “어릴적 동짓날이 되면 저희 엄마는 가마솥으로 팥죽을 쒀 동네 홀로 사시는 어른들을 비롯해 여러 집에 나눠 주셨다”며 “팥죽을 나눠 먹는 풍습이 결국은 사랑에서 비롯돼 잡귀를 쫓아내고 액을 막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어느새 각자의 팥죽그릇이 바닥을 보였다.
신 이사장은 “액막이 팥죽을 먹었으니 내년에는 더욱 건강하고, 좋은 일만 있것“ 이라며 팥죽만들기 실습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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