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는 예로부터 ‘아세’또는‘작은 설’ 이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옛날에는 설 다음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옛말에 ‘동지를 지내야 한살 더 먹는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살 더 먹는다’ 라는 말이 오갔습니다.
동짓날 어머니께서 정성스럽게 쑤어준 팥죽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 없으신가요? 아마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요즘은 일부러 팥죽을 쑤어 먹는 가정을 찾아 보기가 어렵습니다. 팥죽 맛을 보려면 전문 죽집을 찾아야 하는 형편이 됐지요. 그래도 팥의 효능이 건강에 좋다고 소문난 덕에 팥죽을 찾는 웰빙족도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동지가 되면 꼬박 꼬박 전래된 고유의 미풍양속을 이어 팥죽을 손수 쑤어 식구끼리 오순도순 둘러앉아 먹는 광경을 심심찮게 발견 할 수 있어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짓날은 양력 12월 22일이지만 음력으로 따져 11월 초순이면 ‘애동지’, 중순이면 ‘중동지’, 하순이면 ‘노동지’ 라고 하는 것 아시나요? ‘애동지’ 가 드는 해는 춥고 노동지때는 춥지 않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답니다.
바로 올해는 ‘애동지’가 든 해이지요. 애동지를 ‘아기동지’또는 ‘오동지’라고도 한답니다.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애동지때 팥죽을 쑤어 먹으면 아이들에게 병이 들거나 피부에 부스럼이 생긴다하여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어서라고 하네요. 대신에 팥시루떡을 해서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동지때 음식과 풍습은 이밖에도 많더군요.
옛날 속담에 ‘단오 선물은 부채 , 동지선물은 책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동지 때 책력을 많이 나누어 줬다는 것이지요.
조선시대 천문지리학등의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인 관상감에선 동지때 다음해의 달력을 만들어 모든 관원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하네요. 또 동지무렵 제주도에서는 귤과 감자를 진상으로 올렸고, 함경도에서는 메밀국수로 냉면을 해서 먹었다고 합니다. 궁에서는 동지 음식으로 우유로 만든 타락죽을 공신에게 내려 약으로 썼다는 기록도 보입니다.
동짓날 불가에서는 팥죽불공을 올려 선령에 대한 사귀가 침범치 못하도록 했다고도 하네요. 마을의 오래된 느티나무에 새끼를 두르고 팥죽을 끓여 제를 지내면 마을의 수호신이 지켜 준다는 민간풍속도 전해져 옵니다. 동짓날 뱀 사(巳)자를 거꾸로 붙이면 악귀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풍습도 있었고요.
동지때 흔히 먹는 음식은 수정과, 동치미,신선로 등이 있었으나 그중에서도 팥죽은 반드시 쑤어 먹었습니다.
팥죽에는 찰떡을 새알같이 만들어 넣어 먹었는데 이를 ‘새알심’이라고 부른 것 아시죠?
이 새알심을 자기 나이만큼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군요.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으면 감기를 앓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이 읽는 전래동화인 ‘팥죽할멈과 호랑이’에도 팥죽이 나타나듯 동짓날 먹던 팥죽은 우리네 민초들의 삶에 깊이 스며 있던 문화였던 셈입니다.
한가위 때 보는 달은 풍요롭게 보이는 데 왠지 동지때 보는 달은 차가워 보입니다. 동짓날 즈음의 날씨가 쌀쌀해서 일까요.
동지를 맞으니 요즘 TV드라마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황진이가 읊었다는 시조 한수가 떠오르는 군요.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내어, 춘풍 니불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애틋한 시상(詩想)이 마음을 애리게 하네요.
오늘 가족과 함께 동지의 풍습을 새겨 보는 것은 어떨는 지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