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류현진 15년만에 투수트리플 크라운 달성
송진우 200승 금자탑 한국야구사 대기록 세워
만년하위서 한국시리즈 준우승 ‘한화 최고의해’
스포츠는 드라마틱한 감동의 보고(寶庫)다. 올 한해 야구계에서 가장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무엇일까. 한화이글스가 7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한화는 지난 1999년 이후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며 참담한 성적을 기록하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이어 올해 결국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막을 내린 한화의 2006년 한 해를 되돌아본다. (편집자 주)
▲‘돌풍의 핵’ 류현진= 2006 프로야구 ‘돌풍의 핵’은 단연 류현진이다. 그는 올 시즌 사상 첫 신인왕과 MVP(최우수선수)를 동시에 거머쥔 데 이어 투수부문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신인투수 골든글러브는 1992년 염종석(롯데)에 이어 두 번째이고, 고졸 신인수상은 1994년 김재현(SK) 이후 12년 만이다.
앞서 정규시즌에서 다승(18승),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지난 1991년 이후 15년 만에 투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트리플 크라운은 ‘국보 투수’ 선동열만이 네 차례(1986`89`90`91년) 달성했을 뿐이다. 하지만 역대 신인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 수립에 실패한 것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송진우 200승 달성= 세월을 거스르는 송진우가 한국야구에서 또 한 번 진기록을 남겼다. 7월 30일 두산 전에서 199승째를 따낸 송진우는 이후 네 차례 등판에서 부진과 불운이 겹치면서 3패만을 당한 끝에 8월 29일 광주 KIA를 상대로 통산 200승의 고지에 올랐다. 이날 세운 200승은 18년차 현역 최고령 투수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쌓은 금자탑으로 올 시즌은 물론 프로야구사를 통틀어도 가장 값진 대기록이었다.
송진우는 투수부문 첫 ‘200승-100세이브’ 기록도 함께 세우며 많은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송진우는 내년 시즌 안에는 3000이닝과 2000탈삼진도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럴게 될 경우 ‘까치’ 김정수(전 해태)가 가지고 있는 최고령 출장기록(41살2개월8일)도 내년 시즌 초에는 자연스럽게 깨질 전망이다.
▲노장선수 혼연일체 알찬결실= 선발-중간-마무리의 완벽한 투수진과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야수들. 어느 한군데 흠 잡을 곳 없는 팀이 한화였다. 모든 선수들이 합심해 경기에 임할 때 비로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말처럼 어느 선수 하나 빠질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해외 진출 5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한 구대성은 마무리에서 철벽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99년 우승’의 주역인 정민철 또한 플레이오프에서 활약하며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냈다.
문동환 역시 한국시리즈 진출의 주역이다. 그가 기록한 16승9패, 방어율 3.05의 올해 성적은 전성기인 1999년 롯데시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 뿐만 아니다. 부상 투혼을 벌인 권준헌과 지연규를 비롯해 조원우, 김민재, 이범호, 김태균, 신경현, 심광호 등도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했다. 신예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연경흠과 송광민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기대도 안했던 홈런을 ‘펑펑’ 쳐내며 과연 될까하는 우려를 단박에 날렸다.
▲김인식 감독 탁월한 지도력 빛나= 만년 하위 팀이었던 한화를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것은 김인식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쇼맨십을 겸비하진 않았지만 그는 안 될 것 같은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대화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마법 같은 지도력을 갖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믿음을 앞세워 꼴찌를 오르락 내리락 하던 팀을 3위까지 끌어올린 그는 올 초 시무식에서 선수단을 향해 “올 시즌 목표는 한국시리즈 진출이다”고 소리를 지르며 자신감에 찬 출사표를 던졌다.
김 감독의 예상은 딱 들어 맞았다. 그 만큼 치밀했다. 퇴물취급을 받던 베테랑 선수들을 내치지 않고 가슴으로 끌어안았고, 포스트시즌 경험이 거의 없는 일부 주축 선수들의 긴장과 위축감을 최소화하는데 애를 썼다.
▲이경재 사장 ‘명장을 알아본 명장’= ‘한화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빅뉴스 뒤엔 묵묵히 뒷바라지해준 이경재 사장을 비롯, 송규수 단장, 구단 코칭스태프가 있다.
2년 전 김 감독에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경재 사장이다. 그는 당시만 해도 부정적인 여론과 주변의 많은 우려를 어깨에 짊어진 채 최강의 구단으로 비상하겠다는 오로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맹수 같은 모습을 보였다. 송규수 단장의 몫도 컸다.
매우 논리적이고 철학적이기도 한 그의 모습에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은 혼연일체가 됐다. 한번 믿음을 준 선수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김 감독의 강한‘뚝심’은 이 사장을 비롯, 송 단장, 코칭스태프의 세밀하고 탄탄한 지원에서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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