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미스터리 스릴러 긴장감은 좀 떨어지네

  • 문화
  • 영화/비디오

휴먼 미스터리 스릴러 긴장감은 좀 떨어지네

  • 승인 2006-12-14 00:00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소녀들이 잇달아 실종되고 살해된 채 발견된다. 강력반 형사가 수사에 나선다. 누가 봐도 미스터리 스릴러 구조다. 그런데 ‘조용한 세상’은 ‘휴먼 미스터리 드라마’를 표방한다. 미스터리보다 ‘휴먼’에 방점을 찍는다.

숨진 소녀들의 공통점은 나이가 비슷하고 죽기 전 환각성분이 든 버섯을 먹었으며, 피에로 인형이 놓여져 있다는 것. 강력반 터줏대감 김형사(박용우)는 사건 현장에서 번번이 부딪히는 류정호(김상경)를 의심한다.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정호는 살해된 소녀 또래의 수연(한보배)을 위탁 보호하고 있다.

소녀들의 실종과 연쇄살인이 중심에 놓여있지만 영화의 반경은 그보다 폭넓다. 사람이 자살한 지하철역에서 퇴근길 지체를 전하는 뉴스, 무너진 가정과 음식 쓰레기를 주워 먹는 방치된 아이를 등장시키며 사회의 비정함을 고발한다. 범죄의 표적이 되는 위탁아동들의 불우한 환경도 빠뜨리지 않는다.

미스터리를 이끄는 두 축. 감춰진 마음을 읽어내는 정호의 신비한 능력과 살인사건을 뒤쫓는 김 형사의 집념은 그런 세상을 고발하는 수단이다.

조의석 감독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희박해져 가는 현대인들을 보여주며 소통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불행에 무관심한 현대인, 남의 일에 간섭하면 상처만 남긴다는 이기주의적 생각이 갈수록 세상을 건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화로 소통을 말한다. 하지만 그 소통조차 외부와의 소통에는 관대한 반면 자신과의 소통에는 지극히 냉담하다.

이처럼 영화는 미스터리만큼이나 “세상의 온도를 1도라도 높이고 싶다”는 메마른 세상을 향한 선한 외침, 즉 ‘휴먼’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휴먼이란 의도가 장르의 틀 속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은 명백하다. 스릴러 특유의 리듬감을 포기한 미스터리 드라마의 맛은 싱겁기 짝이 없다. 연쇄살인마를 찾기 위한 퍼즐 맞추기 과정은 단순화돼 있고 우연을 통해 얻게 되는 단서는 너무 많다. 배우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등의 디테일한 부분에 카메라를 할애하다보니 드라마가 자꾸 곁가지로 빠진다.

김상경과 박용우라는 무게감 있는 배우들을 불러 놓고도 제대로 소비하지 못 했다. 두 배우가 각각 연기한 두 주인공은 겉으로는 세상에 무심한 듯 보이지만 실상 내면의 온도가 높은 인물들.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만 도드라질 뿐 너무 평면적인 캐릭터다.

‘일단 뛰어’로 데뷔했던 조 감독은 4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내놓았지만, 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것은 수연 역의 한보배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의 딸로 처음 얼굴을 알렸던 그 소녀다. 15세 이상.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