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소녀들의 공통점은 나이가 비슷하고 죽기 전 환각성분이 든 버섯을 먹었으며, 피에로 인형이 놓여져 있다는 것. 강력반 터줏대감 김형사(박용우)는 사건 현장에서 번번이 부딪히는 류정호(김상경)를 의심한다.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정호는 살해된 소녀 또래의 수연(한보배)을 위탁 보호하고 있다.
소녀들의 실종과 연쇄살인이 중심에 놓여있지만 영화의 반경은 그보다 폭넓다. 사람이 자살한 지하철역에서 퇴근길 지체를 전하는 뉴스, 무너진 가정과 음식 쓰레기를 주워 먹는 방치된 아이를 등장시키며 사회의 비정함을 고발한다. 범죄의 표적이 되는 위탁아동들의 불우한 환경도 빠뜨리지 않는다.
미스터리를 이끄는 두 축. 감춰진 마음을 읽어내는 정호의 신비한 능력과 살인사건을 뒤쫓는 김 형사의 집념은 그런 세상을 고발하는 수단이다.
조의석 감독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희박해져 가는 현대인들을 보여주며 소통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불행에 무관심한 현대인, 남의 일에 간섭하면 상처만 남긴다는 이기주의적 생각이 갈수록 세상을 건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정화로 소통을 말한다. 하지만 그 소통조차 외부와의 소통에는 관대한 반면 자신과의 소통에는 지극히 냉담하다.
이처럼 영화는 미스터리만큼이나 “세상의 온도를 1도라도 높이고 싶다”는 메마른 세상을 향한 선한 외침, 즉 ‘휴먼’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휴먼이란 의도가 장르의 틀 속에서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은 명백하다. 스릴러 특유의 리듬감을 포기한 미스터리 드라마의 맛은 싱겁기 짝이 없다. 연쇄살인마를 찾기 위한 퍼즐 맞추기 과정은 단순화돼 있고 우연을 통해 얻게 되는 단서는 너무 많다. 배우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등의 디테일한 부분에 카메라를 할애하다보니 드라마가 자꾸 곁가지로 빠진다.
김상경과 박용우라는 무게감 있는 배우들을 불러 놓고도 제대로 소비하지 못 했다. 두 배우가 각각 연기한 두 주인공은 겉으로는 세상에 무심한 듯 보이지만 실상 내면의 온도가 높은 인물들. 마음이 따뜻하다는 것만 도드라질 뿐 너무 평면적인 캐릭터다.
‘일단 뛰어’로 데뷔했던 조 감독은 4년 만에 두 번째 장편을 내놓았지만, 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것은 수연 역의 한보배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송강호의 딸로 처음 얼굴을 알렸던 그 소녀다.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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