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에서 퀸카로 살 떨리는 비밀얘기

성형미인의 사랑.성공기...감동.교훈 자제 절제된 재미 승부 조연들 감칠맛 나는 연기도 볼만

‘뚱녀’ 한나. 안 보이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세상의 눈총에 인생무대 뒤에서 숨어 산다. 뛰어난 가창력을 지녔지만 조금만 몸을 흔들어도 웬만한 무대는 주저앉는 통에 ‘빅마마’에도 낄 수가 없다.
입만 벙긋거리는 인기 가수의 뒤에서 대신 노래를 부르는 얼굴 없는 가수. 폰섹스 파트너에 치매에 걸린 아버지에겐 어머니의 대역으로 얼굴 없이 산다. ‘대역 인생’, 이 답답한 현실을 삼겹살에 밥 비벼먹는 것으로 푼다.

‘미녀’ 제니. 가는 팔에 가늘고 긴 다리. 어딘가 도도해 보이는 얼굴. 막 박스를 뜯은 바비인형처럼 눈부시다. 재미교포라는 이 팔등신 미녀가 가요계에 뛰어든다.

사내들에게 묻자. 한나와 제니 중 한 명을 선택할 권한이 주어진다면 누굴 선택하겠나？ 물을 것도 없다고？ 비밀을 공개하자면 한나가 곧 제니다. 목숨을 건 전신성형수술이란 강이 놓여있기는 하지만 실은 둘은 같은 한나다. 다시 물어야겠다. ‘성형미인’이라도 괜찮나. 사랑할 수 있겠는가？

‘미인은 괴로워’는 ‘뚱녀’의 비애와 ‘Ｓ라인 미녀’로 거듭난 그녀가 펼치는 ‘사랑과 가수 성공기’. 촌철살인의 대사와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명조연들의 연기가 이 영화를 ‘웰 메이드’ 코미디로 이끌었다.

주진모와 김아중이 펼치는 ‘치고 받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작지만 강한 흥미를 일으킨다. 세상 수컷들을 대표하는 조연들의 면면도 탄탄하다. 강한나의 아버지로 나오는 임현식을 비롯해 이한위 성동일 박노식 김용건, 카메오로 출연한 이범수 등등. 감칠맛 나는 이들의 연기가 재미를 더한다.

이 영화의 최대의 수확은 김아중의 발견. 뚱녀 분장에 연기, 노래에 춤까지 직접 소화해 낸 그녀의 노력은 기대 이상으로 빛을 발한다.

혜성같이 등장한 제니에게 인기와 상준(주진모)의 사랑을 모두 빼앗기고 질투심에 불타던 아미(서윤)는 제니의 뒤를 캐다 그녀가 한나라는 사실을 눈치 챈다. 위기에 처한 제니. 결국 콘서트장에서 성형사실을 고백하는데.

유미코 스즈키의 원작 만화처럼 외모지상주의를 꼬집거나 성형 권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나 진지한 자아성찰 같은 건 기대하지 말 것. 즐겁자고 만든 영화이고 그 의도만큼의 즐거움을 준다. 영화 속에서 한나의 아버지가 한나에게 들려주는 “하고 싶은 걸 다 하면 하느님이지 사람이 아니야. 인간은 그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지”란 대사는 이 영화도 해당된다.

미모가 경쟁력이라는 세상의 통념을 되풀이하지만 그걸 너그러이 받아들인다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따뜻한 웃음을 주는 잘 빠진 영화다. 그런데 여자들이 성형하는 이유가 정말 사내들 때문인가？ 그렇게 몰아가도 되나？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