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돈 경제부장 |
다행스럽게도 큰 피해는 없었지만 원자로에 대한 불안감은 대전 시민들 사이에 크게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사고가 근무 연구원들이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됐다는 결과보고에 시민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하나로 원자로 부근에서 작업 중이던 연구원과 용역업체 직원 등 2명이 고준위 시설물을 꺼내다가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천만다행으로 이들의 피폭량은 인체허용량에 미달되는 것이었지만 이들의 안전의식 부재 행동은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다.
원자로란 특수시설임에도 특수방사선 취급허가서도 없이 작업 한 것은 물론 방사능양이 일정량을 넘으면 자동경고음을 내는 개인 선량계조차 패용치 않았다. 더욱이 사고로 피폭된 연구원은 사고 당일 처음으로 하나로에 들어가는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소 감독관 등이 전혀 동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원자력법에 명시된 규정을 위배한 행동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10월23일에는 하나로 부대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로 화재신고조차 안했다고 한다. 또 지난해 6월엔 부적격 여과기를 설치하고 작업하다 방사성물질인 요오드-131이 누출돼 한바탕 소동까지 벌였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과 함께 자체 원자로를 설계할 수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이런 원자력 우수 기술 보유국에서 발생한 최근 일련의 사고는 원전 종사자들의 심각한 안전 불감증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마치 한국 원자력 관리의 총체적인 허점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원자로를 인근에 둔 대전 시민들로선 방사능 공포에 휩싸여 불안에 떠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원자력은 현대 사회의 절대적 에너지원이다. 또한 현재와 미래의 안락한 삶을 보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원전의 위험성, 즉 방사능 피폭에 대한 폐해 역시 만만치 않다. 대표적 예가 바로 옛 소련 체르노빌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다.
물론 체르노빌 사고는 원자로가 폭발해 다량의 방사능을 방출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였다. 당시 사고 수습에 참여한 긴급 작업자중 무려 28명이 방사선 장애로 사망하고, 수많은 주민이 갑상선 암이 발병되는 등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이었다. 공교롭게도 올해가 사고 발발 꼭 20주년 되는 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일각에선 아직까지 체르노빌 사고를 ‘진행형’이라 주장하고 있다. 사고 인근에 살던 주민들과 그 이후에 태어난 후손들이 피폭 후유증을 운명처럼 떠안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히로시마 원폭 투하가 60년이 지났어도 피해자 자손들의 고통이 오늘날까지 계속되듯이 말이다.
때문에 원자력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비록 소량일지라도 방사능 누출은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과 함께 국가 경제에 회생불능의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흔히 과학계에선 원전의 설계와 시공에 대해 100% 안전성을 자랑들 한다.
하지만 완벽한 기술력일지라도 원전의 절대적 안전성은 누구도 보장하진 못한다. 이를 가동하고 점검하는 사람에 허점이 있다면 그 모든 것이 허사이기 때문이다.
대덕특구내 발생한 최근 사고가 요행히 크지 않음에 결코 안심해선 안된다. 피해가 크든 작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사고의 근본 원인인 안전 불감증이 바로 핵심인 것이다. 연구소는 이번 기회에 보다 철저한 안전관리 대책과 연구원들의 안전 의식 고취에 더욱 만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혹여나 모를 또 다른 사고의 개연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바늘구멍으로부터 둑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안전 부주의로 인한 원자로 사고는 이젠 우리사회에 다시는 없길 진정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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