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앵글을 통해 본 두루미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유난히 깨끗한 하늘 밑의 두루미는 관객들에게 설렘을 주기에 충분하다.
풍경사진을 주로 다루던 황규선 작가가 두루미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인을 따라 철원의 민통선에 들어가게 된 황 작가는 그곳에서 두루미와 마주친다. 길게 뻗은 다리와 부리의 고운 자태에 매료돼 본인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던 것.
그 후로 주말이면 세계적인 희귀조인 낙원 두루미가 있는 철원 민통선 마을까지 대전에서 왕복 500km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 앵글에 담았다.
한겨울 섭씨 20도 가까이 수은주가 내려가고 차가운 바람이 뼛속을 파고들고, 눈발이 표창처럼 얼굴에 꽂히는 듯한 매서운 추위를 맞으면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차가워진 카메라를 품속에서 녹이며 숨죽이고 오랜 시간 기다림을 통해 앵글로 담아낸 두루미는 작품 하나하나 작가의 노력과 정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50여년이 넘도록 인간의 출입이 없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는 이곳의 두루미들은 특별하다.
분단된 남북 하늘을 날아서일까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듯한 자태와 아름다운 빛깔은 두루미 한 종류만을 촬영했지만 다양하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사진 속의 두루미들에게는 긴장관계 속에 서로 대치하고 있는 남북의 모습들이 낯설게 느껴지기만 한다. 황 작가의 이번 사진전은 이 땅의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에게 희귀조인 두루미의 소중함과 백두대간의 자연생명 문화재의 귀중함,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한다.
이번 작품전에는 대작 위주의 70여점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황규선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창작분과 운영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전시는 16일부터 21일까지 대전 연정국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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