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순욱 기자 |
언뜻 들어도 70~80대 노인임을 짐작케 하는 격앙된 목소리의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이 노인은 서구의회의 순금배지 논란을 보고 주민의 입장에서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전화를 걸게 됐다고 했다.
“시작부터 말이 많았던 서구의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까지 일어날 수 있느냐”로 시작된 노인의 하소연은 급기야 “(의원들을)다 없애버려야 한다”는 감정 섞인 비난으로까지 이어졌다.
취재 중 받은 전화라 친절하게 응대하지 못했건만 노인은 5분여 일방적인(?) 통화를 통해 자신을 비롯한 주민들이 원 구성 당시부터 얼마나 서구의회에 대해 화가 나 있는지를 분명히 전달하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구의회는 시작부터 최근까지 갖은 파열음을 내며 주민들에게 불안과 우려를 안겨줬다.
원 구성당시 의장 선출과 함께 시작된 서구의회의 갈등은 해외연수문제와 의원 간 징계 안 제출, 상임위 구성의 갈등 등 굵직한 사건(?)들로 이어졌으며,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순금배지 논란에 이어 일부 의원들의 적반하장 격 반응까지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참을성도 바닥이 드러났다는 얘기다.
노인과의 통화를 마치고 나니 서구의회가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노인이 5분 동안 입이 아프도록 외친 것은 주민들을 위한 조례개정이나 늦은 밤까지 실시한 행정사무감사 같은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신뢰성 회복’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못 믿겠다’를 넘어 ‘화가 난다’ 수준에 이르고 있어 소위 주민들의 표를 먹고 사는 의원들의 책임감 있는 내적 성찰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 대권주자 등 유명 정치인들이 대학 강연 등을 통해 한결같이 ‘신뢰’와 ‘화합’, ‘소신’등을 강조하는 것도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의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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