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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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所懷

  • 승인 2006-12-07 00:00
  • 박기성 사회부장박기성 사회부장
▲ 박기성 사회부장
▲ 박기성 사회부장
매년 이맘때, 달랑 한 장 남겨진 달력을 보고 있노라면 ‘세월이 왜 그리 빨리 지나가는 것일까’ 하는 아쉬움에 휩싸이곤 한다.

연말에 느끼는 이 같은 착찹함이 어디 필자만의 느낌이겠는가. 특히 올 한해처럼 경기가 좋지 않아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봉급생활자는 물론이요, 자영업자 등 대다수의 서민들이 한해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쓸쓸함이란 엇비슷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수출 3000억 달러 달성을 발표하며 화려한 기념탑까지 세워 불을 밝혔다. 지난 2001년 1500억 달러 달성에 이어 불과 5년 만에 2배의 수출실적을 달성했으며 세계 11번째 수출 규모임을 자랑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실적은 한국 상품의 대외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화려함 뒤에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음을 감출 수 없다.
그처럼 엄청난 수출 실적에도 불구하고 1인당 국민 소득은 30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국가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최하위라는 점이다.
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음은 수출 실적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어두운 그림자의 실체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게다가 참여정부 내내 시도 때도 없이, 갈팡질팡 이어져온 부동산 정책에도 아랑곳없이 불어 닥치는 부동산 광풍과 다가오는 2007년도의 경기전망 마저 어두워 서민들의 연말은 이래저래 착잡함 그것이다.

물론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수출 실적을 발휘한 해당 기업들의 경쟁력은 높이 평가해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쟁력 있는 기업들에 의해 이루어진 3000억 달러 규모의 수출 달성이 불황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경제적 불안감까지 녹여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겨울 문턱의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눈을 크게 뜨고 좌우를 둘러보노라면 서민들의 마음을 녹여주는 풍경들은 여전히 꿈틀대고 있음을 찾아볼 수 있다.

눈에 띄는 것 가운데 하나는 요구르트 아줌마들의 대규모 김장 담그는 장면이다. 수천 명의 아줌마들이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김장 담그는 모습에서 ‘아줌마의 힘’이 무엇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아줌마의 힘’이 하나로 결집돼 얼어붙은 겨울, 우리의 이웃에게 희망의 불씨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지난 4일에는 ‘아름다운 가게’ 희망나누기 제 9차 수익배분 행사가 펼쳐졌다. 아동보호센터 등에 수익금을 배분함은 물론 생활이 어려운 학생 및 개인들에게 의료비와 주거비 등을 지원했다. 비록 지원비의 규모는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손길임은 분명하다.

선진 국가들의 봉사나 기부행위의 경우 1년 내내 다양한 계층에 의해 폭넓게 이루어지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돈 많은 유력인사들에 의해 겨울철 반짝 행사로 이어진다는 점이 차이점으로 부각돼왔었다. 이런 점을 비춰볼 때 1년 내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아름다운 가게’는 기부문화의 새로운 형태를 선보였다. 불황의 늪에서 그나마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것도 ‘아름다운 가게’와 같은 훈훈한 이야기가 겨울바람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는지.

요즘 시중에는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들조차 대통령에게 지친 나머지 ‘선거일이 언제냐’며 손꼽아 기다린다는 이야기다. 우스갯소리가 분명 아니다. 불황에 지치고, 대통령에게 지친 사람들이 늘어놓는 넋두리 섞인 연말 소회(所懷)의 한 소절일는지도 모른다.

정부는 서민들의 녹녹하지 않은 삶의 실체가 녹아있는 연말 소회(所懷)에도 귀 기울여 볼 일이다. 그리하여 다가오는 2007년에는 ‘아름다운 가게’ 만큼의 희망이라도 서민들에게 불어넣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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