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운석 정치행정부장 |
노 대통령은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있은 국무회의에서 “임기 동안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이전 저런 타협과 굴복이 필요하다면 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하루 종일 정치권은 벌집 쑤셔놓은 듯 발칵 뒤집혔고,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지난 2003년 2월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들에게 보여줬던 자신에 찼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그동안 몇 차례 돌발적 발언(?)을 하긴 했지만 이번만은 그동안과 다른 분위기였던 것 같다.
정치권과 각계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해득실 계산과 진의 파악에 분주했다. 국민들은 임기 1년 2개월여를 남겨놓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관련 발언에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역정가는 ‘노 대통령 특유의 정국 정면 돌파를 위한 것 같다’ ‘지금처럼은 힘들어 못하겠으니 여야에 협조를 당부한 것 같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는 땅에 떨어져 여당 내에서 조차 ‘이대론 내년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여론 확산으로 설자리마저 잃은 상실감에 이 같은 발언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 당내에서 ‘열린우리당을 해체하고 통합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레임덕’을 우려, 초강수를 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열린우리당 내는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시사발언으로 통합신당파와 이른바 친노그룹간 결별론까지 거론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와 인사들은 “국정 혼란은 전적으로 노대통령의 코드인사에 비롯된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오기와 코드 인사를 한데 따른 원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관련 발언 이후 한 연구기관이 지난 28일 실시한 국민상대 여론조사결과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14.0%로, 직전 11.0%에서 3.0%포인트 상승했으며, 국민 74%는 노무현 대통령의 중도사퇴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도가 아닌가 싶다. 부동산 정책과 국가균형발전 정책 등 참여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각종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사면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고, 국정에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이를 반증하듯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28일 있은 비상대책회의에서 “원내 1당으로서 민심을 북극성으로 삼고, 오직 민심에 복종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민심을 거스르는 정당이나 지도자는 결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풀뿌리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 민선4기가 출범한지 5개월이 됐다. 출범 초 부풀어 있던 기대와는 달리 벌써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관련된 이런저런 말들이 시중에 떠돌고 있다.
‘고집이 세다더라’ ‘비서실이 단체장의 눈과 귀를 막아 내부 사정에 어둡다더라’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다더라’ ‘여론을 무시 한다더라’ ‘국장을 제쳐두고 과장 계장과 상대한다더라’ 등 소문이 무성하다.
일부 단체장은 취임 초심(初心)을 잃은 지 오래고, 만사를 고집대로 처리해 직원들로부터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오기와 독선의 행정을 펴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민심과 직원들의 여론을 무시하는 자치단체장은 인기가 땅에 떨어져 차기 지방선거마저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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