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정월, 매섭게 추운 겨울철 바다 한가운데서 돛이 꺾이고 배는 부서져 바닷물에 옷이 젖고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 속에 식량은 물론 마실 물조차 바닥나 소변까지 마시는 극한 상황에서 동요하는 일행을 인도해 내는 인간적인 도량도 대단하거니와 해적을 따돌리는 기지 또한 감동적이다.
중국의 관원에게 잡혀 모진 학대와 고초를 겪기도 하였지만 어느 때는 필담을 통하여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면서 보여준 선생의 인간적인 면모와 학문의 깊이, 조선 선비로서의 기개를 잃지 않는 의연함과 상중(喪中)이라 하여 잠시도 상복을 벗지 않는 효심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도움을 받기도 했다.
북경으로 호송되는 동안 지친 몸으로 강행군을 하면서도 중국의 풍물, 인문, 지리, 건축, 생활양식의 이모저모를 기록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닥치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갖은 위기와 어려움을 견뎌내고 6개월여만에 고국에 돌아와 임금께 그간의 사정을 아뢰자 크게 칭송하며 후한 상을 내렸다.
이처럼 말과 글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는 고초를 이겨낸 인내심과 탁월한 지도력, 최고의 덕목으로써의 지키고 실천한 효심,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다른 관찰력으로 사물을 살펴보고 기록으로 남겨 백성들의 생활에 도움을 준 통찰력,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투철한 국가관과 충성심은 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공직자는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는 찬란한 빛으로 남아있다.
동방견문록이나 로빈손 크루소의 표류기와 비교해도 기록성과 문학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귀중한 문화유산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 더 널리 알려지고 길이 빛나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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