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문화체육부장 |
L형, 여긴 프랑스입니다. 제가 이곳 프랑스로 유학길에 올랐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십수년이란 세월이 흘렀더군요. 옛기억들을 추스르며 떨리는 마음으로 도착했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만 더해집니다. 그래서 L형에게 하소연삼아 불안감을 떨치려 이렇게 글을 쓰나 봅니다.
엊그제 악몽같은(?) 수능시험이 끝났습니다.
때만 되면 날씨는 또 얼마나 변덕을 부리는지, 말 그대로 수능추위까지 겹쳐 수많은 수험생들이 덜덜 떨었을 겁니다. 수험생만 떨었나요, 부모들도 덩달아 마음졸이며 떨어야 했습니다.
추위야 든든하게 옷을 차려입으면 되는데 시험은 그게 아니니까 더했을 겁니다. 단지 고교 3년을 평가받는 시험이었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코흘리개 초등교육부터 고등교육까지 단 몇 시간만에, 몇 줄의 문제로 평가하는 과정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L형, 늘 그래왔죠. 거슬러 올라가 이맘 때만 되면 예비고사에서부터 학력고사, 수학능력평가 등 이름만 바뀌었지 수험생들에겐 어찌나 두려운 시기였는지, 저 역시 아직도 끔찍하다고 해야 옳은 말이겠죠.
교육은 나라의 장래라고 모두가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위정자들은 그냥 필요에 따라 요즘 유행어처럼 대충 어찌어찌하면 그만이라고 생각되어지나 봅니다. 더군다나 고등교육이지 않습니까? 이제 좀 있음 대학선택을 두고 수험생들의 우와좌왕하는 모습이 온통 그려질테죠.
L형, 전 이게 문제라고 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대학입시만을 위한 죽은 교육(?)만 시켜놓고 교육을 걱정하는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방법이 없어 그랬다고 하면 좀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L형,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를 이제서야 아시겠죠.
세계에서 우리나라보다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나라 있습니까? 근데 우리나라 대학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겨우겨우 100위권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세계에서 뭐 얼마나 알아줄지! -유럽국가에서 우리나라 대학 알아주는데 거의 없지 않나요- 아둥 바둥, 강남 8학군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가면서 대입에 목을 매는 모습은 분명 아닌데 말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고교 2년과정부터 -특목고는 특성에 따라 입학부터 바뀝니다- 소위 이과와 문과가 나눠집니다. 교육과정이 뭐가 얼마나 다를까 싶지만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대로 밀고 나가야죠. 대학입학시 합격할 수 있다면 현실에서 이과와 문과는 무슨 소용있나요. 이과에서 문과를 지망하고, 문과에서 이과를 지망하고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나요. 이래도 대학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고 발뺌하시렵니까.
그래요, 적성교육이 있죠. 말로만하는…. 교육당국에서 개개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과적성인지, 문과적성인지 언제 제대로 파악이나 해 봤나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과정을 눈여겨보면 이게 정답일테죠. 우리의 적성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언제부터 그랬나요.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소위 특목고나 인문계 고교로 가고 상대적으로 덜한 학생들은 이른바 실업계 고교로 가는 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반대의 현상이었죠. 그때는 개천에서 용도 나고 그랬습니다.
L형!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배워왔습니다. 이러한 백년지계를 우뚝 세우려면 흔들림이 없어야 하는데 지금껏 너무도 많이 흔들려 왔습니다. 다른 것은 다 잘 배우면서 이것만은 왜 이렇게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교육이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지금처럼이라면 차라리 그 옛날 개천에서 용나는 교육이 차라리 나은 듯 합니다.
L형! 그거 아시죠. 우리나라와 유럽교육의 차이점 말입니다. 우린 언제쯤 교육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는지 답답해서 푸념아닌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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