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된 조직원, 조직원이 된 경찰. 류더화 량차오웨이의 비장한 대결이 인상적이었던 ‘무간도’를 기억하시는지. ‘디파티드’는 ‘무간도’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작품. 량차오웨이의 역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류더화의 역을 맷 데이먼이 연기한다.
보스턴 경찰은 범죄조직 보스인 코스텔로(잭 니컬슨)를 잡기 위해 경찰 빌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갱으로 위장시켜 조직에 들여보낸다. 한편 코스텔로의 장학생으로 자란 콜린(맷 데이먼)은 경찰이 돼 그의 첩자 노릇을 한다. 둘은 거리에서 만난다.
초호화 캐스팅이지만 배우들보다 관심을 끄는 건 감독 마틴 스코시즈.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 ‘갱스 오브 뉴욕’ 등에서 조직에 운명적으로 휘둘리는 어긋난 인물들을 누구보다도 잘 그려왔기 때문.
스코시스 감독은 거짓과 세속이 판치는 비열한 거리에 다시 선다. ‘무간도’에서 량차오웨이가 조직에 들어가는 건 그가 누구보다도 뛰어난 경찰이기 때문. 빌리는 경찰학교에서 퇴학당하지만, 조직에 침투하기 쉬운 거리 출신이라는 이유로 다시 경찰복을 입는다. 콜린 역시 거리서 나서 거리서 자란 거리 출신.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서 스코시즈의 마력도 힘을 잃는다.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는 이들에게 위기, 반전이 긴장과 놀라움을 줄 리 만무. 서로 속고 속이고,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허무한 결론 하나 건지는 거로 달래는 수밖에. 15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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