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뮤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영화
화려한 뮤지컬 넘버에 투박한 춤
‘삼거리극장’에 잘 오셨습니다. 오싹하시다구요? 오래되어 낡고 음습하긴 합니다만. 흐흐흐. 들어오긴 쉬어도 한 번 들어오면 쉬 나갈 수 없는 곳이랍니다. 엉덩이 붙이시고, 기왕 오셨으니 신나게 한 판 놀고 가십쇼.
들어오시다 매표소 직원을 만나셨죠? 주인공 소단(김꽃비)입니다.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가 눌러앉게 됐지요. 다른 직원들도 보이시죠? 사람처럼 보입니까? 어둠이 내리면 혼령이 되지요. 오늘 여러분이 보실 공연은 저들 혼령들이 펼치는 뮤지컬 쇼, 쇼입니다.
혼령들이 본 듯하시다구요. 그럴 겁니다. 뚱뚱한 공주 에리사(박준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하트 여왕과 닮았죠. 죄수복 줄무늬의 모스키토(박영수)는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 그 비틀쥬스의 판박이구요. 섹시한 여배우 완다(한애리)도 ‘아담스 패밀리’의 엽기녀 안젤리카 휴스턴의 모습 그대로죠. 무섭다구요? 그래도 웃기고 신나는, 한국식 ‘록키 호러 픽쳐쇼’로 봐주십쇼.
영화를 연출한 전계수 감독은 ‘싱글즈’의 연출부 출신입니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죠. 자신이 쓴 시나리오라곤 하나 이 땅에선 아직은 생소한 뮤지컬에 도전하다니, ‘간을 배밖에 내논’ 대담한 사람이거나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소유자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분명한 건 이 영화가 예상 가능한 관습에는 “메롱”하고 혀를 내미는 악동 뮤지컬이라는 거죠.
뮤지컬 영화답게 노래는 화려합니다. 9곡에 이르는 뮤지컬 넘버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실어 나릅니다. “이런 천하의 xx놈을 봤나. 난 그 놈의 oo을 걷어차고….” 변심한 애인을 저주하는 ‘똥 싸는 소리’는 록으로 불러야 딱이죠. “바람이 불고 꽃잎이 떨어지고”라며 신세를 한탄하는 데는 발라드가 제격입니다. ‘발레교습소’의 김동기 음악감독과 뮤지컬계에서 활동중인 황강록씨의 솜씨랍니다.
춤은 좀 투박합니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의 춤을 맡았던 서병구씨가 “매끈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아니니 엉성한 춤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안무한 겁니다. 즉흥적인 느낌의 몸짓이 기존의 뮤지컬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색다른 맛을 주죠.
써비스!. 이 변두리 극장까지 왕림해주신 손님 여러분들을 위해 영화 속 영화 한 편을 더 보내드립니다. ‘소머리 인간 미노수 대소동’. 돈을 안 들이고 만들다보니 괴물이 좀 엉성합니다만 발랄한 상상력만큼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못잖습니다.
올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이었습니다. 왜냐. 뇌관을 곳곳에 묻어놓고 상상력의 폭발을 기다리는 다이너마이트 같은 영화이기 때문이지요. 신인 감독의 통쾌하고 패기 넘치는 한방이랍니다. 내가 누구냐구요? 묻지 않는 게 나을텐데. 보고 싶으시다면 오늘 밤 꿈 속에서 뵙죠. 흐흐흐.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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