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쌀쌀한 기온이 마음을 움츠러 들게 합니다. 이렇게 찬공기가 몸을 스쳐 지나갈 때는 왠지 따스한 차(茶) 한잔이 그리워집니다.
대낮임에도 건물 밖에 비춰진 하늘의 표정이 당장이라도 진눈깨비가 쏟아지려는 듯 어둑해지면 향긋한 차 한 잔이 더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요?
차에서 배어 나오는 정서적 친근감 때문이 아닐는지요. 거리에 늘어선 찻집을 거닐다 마음에 드는 곳에 들어가 차를 마시는 기쁨, 차 마니아들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차가 주는 선물은 무엇일까요? 차를 음미하면서 분주한 삶의 여정을 잠시 접고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가치있어 보입니다. 찻잔에 담긴 그윽한 차의 향내를 음미하면서 차에서 우러나온 다양한 색을 감상하는 묘미는 어떨까요? 그 속에서 왠지 따스함이 묻어납니다.
무엇보다 차를 음미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경건함은 다도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초의선사가 차를 즐기며 정약용 선생 등 당대인물들과 교감을 나눴다는 해남 대흥사 일지암을 찾아 차의 역사를 들으며 남도 차를 음미해 보는 경험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차의 순결함은 흰 눈과도 같고 향기는 난과 같이 그윽하여 품위가 뛰어나며, 그의 본성은 시원하여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데 최고로 좋은 음료라 하겠습니다. 차를 마시는 행위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번뇌의 마음을 씻어주고 예를 갖추게 해 줄 만큼 그 깊이는 심오합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의 잎, 꽃, 열매, 껍질 등에서 나온 침출액을 마시는 것을 총칭하여 차(茶)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통적인 의미의 차란 동백과의 식물로 알려진 차나무의 어린잎으로 만든 것만을 뜻합니다.
이러한 차는 제조 방법에 따라 녹차, 홍차, 우롱차 등 각기 특색 있는 차로 분류되죠. 하지만 동서양에는 차잎을 사용하지 않은 전통차, 허브차 등 대용차가 셀수 없이 많습니다.
민간요법으로 전해지는 이들 전통차의 효능은 다양합니다. 감기를 예방해준다는 감잎차 등 귤피차, 계피차, 생강차 등은 자주 들어 보셨겠지요. 그리고 천식에 도움을 준다는 오미자차에 관절염에 좋다는 율무차와 모과차, 여기에 계피차는 수족냉증에 보탬이 된다고 하네요.
환절기를 맞은 요즘엔 이같은 따끈한 전통차를 마셔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아직 향기 가시지 않은 은은함이 있어 좋은 차! 가을을 보내는 길목에서 밝은 미소로 사랑하는 이와 차 한잔하는 것도 운치있지 않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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