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앞에선 핏줄도 ‘적’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주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주 연 : 백윤식, 봉태규, 이혜영

개미 가족이 이삿짐을 꾸린다. 흘린 과자 부스러기도 아까워하는 짠돌이 주인과 어찌 살겠나. 모기는 아예 목숨을 걸어야 한다. 피를 빤 모기는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 그 피를 도로 몸속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주인이니.

영화 도입부의 클레이메이션(점토인형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은 ‘애정결핍…’이 어떤 영화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며 상황, 에피소드들이 만화적 상상력에 기초하고 있음을 넌지시 일러주는 것이다.

철동(백윤식)은 화장지 과자 등에서 불량품을 골라내거나 비오는 날 폐수를 받아 기업을 협박하고 그 대가로 생계를 해결하는 남자. 현이(봉태규)는 그런 아버지 밑에서 나름의 생존 기술을 터득해온 빤빤한 고등학생. 둘 앞에 늘씬한 이혼녀 미미(이혜영)가 나타나고. 부자지간이라는 관계는 그 즉시 증발하고 암컷을 쟁취하려는 수컷들 간의 싸움이 시작된다.

몸을 던지고 입을 더럽혀 가며 영화는 오로지 웃기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백윤식과 봉태규의 연기는 징글맞게 능청스럽고 둘이 부닥치는 몇몇 장면은 확실히 웃음을 준다. 의외의 순간에 ‘링’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너는 내 운명’ 등을 종횡무진 패러디하는 장면들도 꽤 웃긴다.

그러나 웃음 뒤 끝이 개운치 않다. 불쾌감은 결말에 이르러 극점에 달한다. 부자가 피튀기며 싸운 이유가 아내 어머니 연인 등에게서 받고 싶은 ‘진실한 애정’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이었고 ‘돈 안들이고 정욕을 푸는 방법’이었다니. 웃기기 위한 황당한 영화라 해도, 그래도 되나. 15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