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고 암담한 터전… 사랑으로 넓혀줘요

비좁고 암담한 터전… 사랑으로 넓혀줘요

  • 승인 2006-11-16 00:00
  • 조양수 기자조양수 기자
시설배급 도시락 한개로 세끼 해결
백내장“뭐하러 찾아 왔어? 바쁠 텐데.” 11일 오후 7시 대전시 동구 대동. 인근에 있는 대학들로 활기를 띤 바로 밑 번화가 주변과는 달리 창고처럼 지은 조그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대동 1-685번지는 을씨년스럽다. 이곳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무판자로 지은 집들이 많았다. 독거노인, 장애인 등이 많은 이른바 쪽방촌.

대동종합사회복지관을 뒤로 쪽방촌 입구에 들어서자 낡고 허름한 단층짜리 건물들이 밀집해 있다. 비좁은 골목 안쪽으로 몇 걸음 옮기자 수 십 년 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정순이(90)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드르륵” 문소리에도 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그는 6평 남짓한 조그만 방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누워있었다. 문 옆 작은 부엌에는 오래 쓴 양은냄비와 몇 가지 양념통, 라면이 구석에 쌓여 있다. 여느 쪽방 사람들처럼 단촐한 살림살이다. 벽에 걸려 있는 옷들로 벽지는 거의 안보일 지경이고, 방 안에서도 입김이 날 정도로 냉기가 옷 속을 파고든다.

사회복지사(장승미)가 가까이 다가서 할머니의 귀에 “밤인데 불도 안 켜고 뭐하세요?”라고 크게 말하자 그 제서야 사람이 온 것을 알고 “왔구먼. 추운데 고생이 많구먼”이라고 대꾸했다. 그는 백내장이 근래에 더욱 악화돼 사물을 거의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전엔 손과 발로 물체를 감지했지만 무릎관절염이 심해져 그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그는 이곳에서 하루 세끼 식사를 해결한다. 정 할머니의 식량은 대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하루 한번 점심 때 배달해 주는 도시락이 전부다. 도시락 한 개를 세끼로 나눠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그마저도 속이 좋지 않다며 굶기 일쑤다.

생활의 대부분을 남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정 할머니는 관할 구청으로부터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주민등록상에 손자와 함께 이름이 올라 있기 때문. 공장에 다니는 손자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손자가 집세와 관리비를 해결하고 있지만 생활은 어려운 상태다.

시선 없는 그가 툭 던진 한마디가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빨리 죽어야 되는데, 살아서 뭐해, 이젠 더 이상 욕심도 없어….” 어느덧 가로등에 비친 창문이 밝아졌다. 쪽방촌에 한 집 두 집 불이 꺼지며 깊은 늦가을 밤이 시작됐다. 가장 가난한 사람만 남은 비탈진 마을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후원 문의 대동종합사회복지관 ☎042-673-833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