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켜이 쌓인 낙엽따라 추억·낭만도 수북
생명 순환처럼 나무도 재생의 여정 준비
겨울의 문턱, 마지막 가을을 걸어볼까요
바람을 타고 낙엽이 몸을 굴립니다. 형형색색의 단풍이 깃든 나무들이 저마다 입은 옷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내던지는 것일까요. 봄부터 지니고 있던 묵은 때를 벗기듯이 말입니다. 구르몽의 낙엽이란 시가 절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낙엽길이 곳곳에 보입니다. 떨어진 낙엽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둔 아름다운 낙엽의 거리가 손짓합니다.
대전서구청 옆 보라매공원의 햇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찬 나무사이 떨어진 낙엽은 이곳을 찾은 선남선녀들에게 낭만을 심어줍니다.
보문산의 산책길에 떨어진 낙엽을 밟노라면 우리의 자연이 무척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의 힘에 이끌려 찾아간 낙엽거리에서 사각사각 발밑으로 들려오는 낙엽밟는 소리는 왠지 모르게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길가를 지나는 소녀는 떨어진 은행나무 잎을 소중하게 손에 쥡니다.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일까요.
화려한 가을나무에서 뱉어내는 낙엽. 같은 나무에서 떨어졌어도 저마다의 삶이 있어 가랑잎들의 표정이 모두 다르게 보입니다. 노년의 얼굴이 삶의 고단한 흔적과 함께 아름다움이 깃들 듯이, 나무의 낙엽 역시 지난 계절의 추억이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벌레에게 먹힌 잎은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의 마음을 고스란히 닮았습니다.
낙엽은 생명의 순환을 알려줍니다. 이른 봄 싹을 틔워 존재를 과시하고, 여름 동안 햇빛을 둘러싼 치열한 생존 싸움을 마치고 나면 풀과 나무는 재생의 여정을 준비하며 잎을 떨어뜨리고 조용히 겨울을 준비합니다. 지난 계절의 고단함을 보상받으려는 것일까요?
낙엽이란 단어에는 감성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납니다. 낙엽 타는 내음에 향수가 느껴지고 낙엽 밟는 소리에 가슴 뭉클한 낭만이 전해옵니다. 낙엽에는 이처럼 사람의 심금을 자극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영원한 가을 색 브라운 톤의 낙엽 길을 걸으며 분위기에 취하고 계절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고 싶은 그 무엇이 말입니다.
낙엽이 뿌리로 돌아가려고 몸부림 치는 걸까요. 날씨가 차가와지면서 바람이 많아지고 낙엽이 쌓이고 있습니다. 나뭇가지를 꼭 붙들고 있던 잎들이 거기서 떨어져 나와 바람과 함께 친구삼아 어디론가 날아갑니다.
차가운 지면에 이부자리를 깔아둔것 같이 펼쳐진 낙엽자리는 우리의 걸음을 포근하고 가볍게 해줍니다. 많은 이들이 가는 가을을 마냥 아쉬워 합니다. 그래도 올해의 가을은 가슴앓이를 하지 않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도 낙엽이 함께하기 때문 아닐까요?
11월의 어느 멋진 늦가을 날,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낭만을 심고 추억에 잠겨보세요. 영화속의 주인공이 부럽지 않을 겁니다. 계절의 변화를 즐기는 낙엽처럼 우리도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맘껏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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