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저작권 다툼으로 관심을 끌었던 ‘황진이’에 대해 법원은 출판사가 작가에게 1만달러의 위약금과 5%의 인세를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조정결정했고, 홍석중 작가가 이를 수락하면서 갈등이 해결된 것이다. 남북저작권 분쟁사상 첫 해결사례로 정식절차에 의해 출간된 최초의 북한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북한 중진작가 홍석중의 장편소설 ‘황진이’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국내 문학상 ‘제19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북한작품으로 남북 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홍석중이 쓴 ‘황진이’는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서경덕과 황진이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아니다. 화담 서경덕과의 만남은 자그마한 에피소드로 처리되어 있을 뿐이다.
작가는 조선 시대 사대부의 시각에서 전승돼오던 기존 줄거리를 허물고 황진사댁 하인 출신의 가공 인물, ‘놈이’를 내세워 기생, 황진이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북한소설로는 보기 드물게 성애 장면이 거침없이 묘사돼 있고, 무엇보다도 질박하고 풍성한 우리말 어휘가 돋보인다.
홍석중은 ‘임꺽정’의 저자인 벽초 홍명희의 손자로 1941년 서울에서 출생했고 1969년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를 졸업, 1970년부터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작가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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