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여름철의 절반… 봄까지 생계 막막
“날씨가 추워질수록 수입은 줄어드니 막막할 따름입니다.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5일 새벽, 10여평 가량 되는 대덕구 모 인력사무소에서는 30여명의 남자들이 꽤 두터운 외투 깃을 세우며 초조한 마음으로 앉아있다. 사무실 밖에서도 10여명 쯤 되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서 있는 풍경도 눈에 띈다.
불안한 기색은 사무실 안쪽의 남자들과 똑같다. 오전 6시를 전후로 “이○○씨, 김○○씨는 8시 전까지 신탄진 ○○쪽으로 가세요”식으로 인력사무소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나마 간간이 이어지던 인부 호출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끊겼다. 이날 이 인력사무소에 잡혀있던 일감이 바닥난 것이다.
새벽부터 나와 일감을 찾던 인부 가운데 2명 중 1명은 땡전 한 푼 벌지 못한 채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5시께 인력사무소에 나왔다는 김 모(47)씨는 “‘오늘은 일을 할 수 있을까?’라며 가슴을 졸이면서 2시간 가량 기다렸으나 허사였다”며 “미장기술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별다른 기술이 없는 인부들은 찬 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사흘에 한 번 꼴로 일을 나가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의 공사가 중단되는 동절기로 접어드는 가운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력시장 일용 인부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인부들의 생계수단인 막노동 일거리가 급감, 수입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인력시장 업계에 따르면 인력사무소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개 사무소당 하루 동안 인부들에게 배당되는 일감은 30건 가량.
이는 여름철 70~80건에 이르렀던 일감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대전 D인력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 드문드문 나오고 있는 일감도 12월로 접어들면 없어질 것으로 본다”며 “일감을 찾으러 나온 인부 가운데 상당수가 빈손으로 돌아가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운이 좋아 일감을 찾는다고 해도 막노동 일당으로 받는 6만~7만원 가운데 10%를 소개비로 떼어주고 교통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하루에 5만원 정도가 하루 수입이다.
매일 고정적인 수입이 아님을 감안하면 일감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초겨울부터 다음해 해빙기 이전까지가 일용 인부들의 생계가 가장 막막한 시기다.
일용인부 강 모(39)씨는 “눈이라도 내리고 더 추워지면 그나마 있던 일감도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라며“몸뚱이 하나로 벌어먹는 우리에게 겨울은 저승사자와 같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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