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질투와 분노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질투와 분노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두 마술사의 경쟁을 다룬 매직 스릴러
마술의 비밀, 그 뒤에 숨은 검은 트릭
최고의 마술도 영화를 살리진 못했다
‘아마데우스’는 시기심에 관한 영화다. ‘범재’ 살리에리는 찬탄과 시샘, 미움이 뒤섞인 눈으로 ‘천재’ 모차르트를 바라본다. 열망은 가득한데 능력은 따라가지 못하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는 살리에리의 표정은 보통 사람들의 가슴에 절절하게 다가온다. ‘프레스티지’도 파멸에 이르는 시기심을 그린다.
제목 ‘프레스티지’(Prestigi)는 순간이동 마술의 트릭 혹은 신의 경지에 도달한 마술의 최고 경지를 일컫는 말. 최고의 마술사가 되려는 두 남자의 경쟁을 다룬 매직 스릴러.
“잘 보고 계십니까?” 마술의 단계와 프레스티지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연다. 곧이어 마술을 선보이던 마술사가 무대 아래에 놓인 물탱크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라이벌 마술사가 용의자로 체포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메멘토’ ‘인썸니아’ ‘배트맨 비긴스’에서 보여준 강박과 욕망, 망각, 분열된 자아 등 그의 영화적 언어들을 ‘프레스티지’에서도 풀어놓는다. 이번엔 욕망이 빚은 파멸에 보다 무게를 실었다.
마술이 성행하던 19세기 말. 로버트(휴 잭맨)와 알프레드(크리스천 베일)는 친구지만 마술로선 경쟁자다. 어느 날 로버트는 마술 도중 사고로 아내를 잃고 이를 알프레드의 탓으로 생각하면서 둘은 원수가 된다. 알프레드는 마술의 최고 단계인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이고, 질투심에 불타는 로버트는 비슷한 마술을 하
마술의 비밀을 찾아내는 과정은 흥미로운 스릴러다. 새로운 마술의 등장과 마술의 얽힌 비밀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여기에 앤지어와 보든의 과거와 인생에 숨겨진 트릭까지 놀런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에 얽혀든다.
‘프레스티지’에는 ‘아마데우스’를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다. 의문의 죽음, 천재끼리의 시기심이 빚는 파멸도 그렇지만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인공들, 또 마술 공연은 궁중의 화려한 볼거리와 비견할 만하다. 그러나 ‘프레스티지’는 결정적으로 ‘아마데우스’를 넘지 못한다. 두 남자의 대립은 그들만의 것에 그치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며, 마술 장면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다.
놀런 감독은 초호화 캐스팅으로 자신이 할리우드의 사랑을 고루 받고 있음을 입증했지만 왜 ‘천재감독’ 소리를 듣는지는 증명하지 못했다.
놀라운 반전을 준비했다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생각해보라.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환상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마술 또한 그 자체로 반전의 예술이다. 최후의 반전이 아무리 거창하다 한들, 이미 수차례 백신을 맞은 관객들에게 약발이 제대로 먹히겠나.
하기야 주인공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마법사’가 아니라 불가능이 가능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마술사’다. 마술이 속임수라는 건 다들 안다. 그러나 뻔히 알면서도 속아 주고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지 않은가. 놀랍다는 반전의 힌트는 대사와 상황에서 뻔히 드러난다. 따지지 말자. 그냥 속아주는 게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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