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을 거치면… 아버지 손엔 사랑 한봉지

천안을 거치면… 아버지 손엔 사랑 한봉지

  • 승인 2006-11-01 00:00
  • 조양수 기자조양수 기자
70년 넘게 맛 이어온 원조가게
일제시대기차여행을 해 본 이들이라면 한두 번쯤은 천안호두과자를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면 꼭 한번 쯤 마주치게 되는 호두과자. 쉽게 접하는 게 호두과자지만 그 내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호두과자의 원조인 천안 ‘학화호도과자’집을 찾아봤다.

음식점 마다 ‘고객모시기’ 경쟁에 들어간 지난 28일 낮 점심시간. 천안역 인근에 자리한 학화호두과자 가게에서도 종업원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음식점이라면 손님이 문에 들어서는 순간 종업원이 불이 나게 달려와 주문을 받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이곳은 종업원이 손님의 얼굴만 보고서도 주문을 받는다. 무언가 달라도 다르다.

이곳이 바로 70년 넘게 한 자리에서 맛을 지켜온 천안 호두과자의 원조 학화호두과자 집이다.

세월이 말해주듯 이곳은 오래된 단골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요즘 흔히 접하는 게 호두과자라지만 이곳의 호두과자처럼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고 있는 호두과자는 흔치 않다.

할머니호두과자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지난 1934년, 천안사람 조귀금(작고), 심복순(92)씨 부부에 의해 시작됐다. 일제 시대 이름난 제과기술자였던 그의 남편이 호두과자를 만들던 시절엔 입소문을 타고 중국 톈진과 상하이 등 관동군 사령부 산하 군부대까지 납품됐다.

이후 8?5 해방 직후 철도 홍익회의 전신인 강생회를 통해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하나쯤 먹어본 ‘천안명물’이 되었다고. 72년이 지난 지금은 옛날 방식 그대로는 아니지만 그 맛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밀가루 반죽과 그 안에 들어가는 호두와 팥은 일일히 사람 손을 거치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호두과자의 바탕이 되는 밀가루 반죽을 물로 하지 않고 계란과 물을 약간 섞은 묽은 우유에 설탕을 가미해 반죽한 뒤 숙성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호두과자의 맛을 좌우하는 팥과 호두도 수작업을 거쳐 완성되는 등 극진한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호두과자 하나를 완성하는 데 하루 반나절이 걸린단다. 굵은 호두조각이 두 개씩 일정하게 든 것도 특징인데 재료를 일일이 확인하는 주인 심 옹의 정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 비결이 있다. 재료값에 상관없이 처음 시작할 때의 양을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다는 것. 바로 호두과자 할머니의 명성을 유지해온 비결이었다.

심성현 학화호두과자 관리부장은 “학화호두과자는 아무나 쉽게 모방할 수 없을 정도로 정성이 들어간 것이어서 천안에서 타 지역으로 혹은 한국으로 여행 온 일본인들이 종종 들러 사가기도 한다”며 “연령층은 1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다”고 명성을 뒷받침했다.

평생 호두과자만을 만들어온 심 옹은 지난 2001년 한 가지 과자를 67년간 원형과 상표를 유지하며 제조, 판매해오면서 제조기법과 장비를 미국, 캐나다등지에 수출하는 등 오늘의 천안명물 호두과자를 탄생시킨 공로로 호서대에서 명예경영학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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