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도중에 한번도 쉬지 않고 내려오는 것을 되풀이하던 어느 날 용변을 보느라 나뭇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그러면서 이마에 흐른 땀을 씻고 가쁜 숨을 돌리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중간에 쉬는 것을 왜 몰랐을까?” 하면서 그 뒤로는 그 자리에 가면 꼭 쉬었다가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무심코 가다가 그동안 쉬었던 자리를 지나치고 말았다.
이에 그 나무꾼은 “아차”하면서 지나 온 길을 되돌아가서 쉰 다음 다시 가던 길을 갔다는 이야기이다.
힘이 들면 아무데서나 쉬면 될 텐 데도 꼭 전에 쉬었던 자리를 찾아갔으니 아마 생각이 조금은 모자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도 그런 일이 있었다. 네 엄마가 새벽에 차를 타고 나와 주차를 해놓고 일행들과 먼 곳으로 여행을 갔는데 아무래도 라이트를 켜둔 것 같다고 전화가 왔기에 그 곳에 가보았더니 꺼져 있더라.
그래서 그냥 오다가 직장까지 타고 오면 되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라 되돌아가서 차를 가지고 오는데 그 나무꾼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거야.
경우는 다르지만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느 날, 주인이 머슴을 불러서 “내일 일찍 장에 좀 다녀와야겠다.”하고는 다음 날 새벽에 머슴을 찾았더니 보이지를 않았다. 한낮이 되어 머슴이 땀을 뻘뻘 흘리며 왔기에 물었더니 “장에 다녀왔다”고 대답을 하기에 “장에 가서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니까 “어른께서 아침 일찍 장에 다녀오라고 해서 갔다 오는 길”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장에 가려면 용무가 무엇인지를 듣고 갔어야 했는데 무턱대고 다녀왔으니 헛걸음만 하고 만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처럼 경험과 판단력의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때가 있다. 그러나 좀 바보스러우면 어떠냐? 조금은 어수룩하게 “모자람의 여유”를 느끼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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