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스러운 시민단체의 반발에 대해 대전시의 한 공직자는 버스 적자를 대전시민 모두의 혈세로 모아진 재정으로 보전해야하는지 아니면 수익자인 버스승객이 부담하여야 하는 지의 시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차피 버스 적자를 누군가가 메워야 한다면 수익자가 부담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대전시의 이런 반응 속에는 마치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원숭이와 같이 어리석은 일을 시민단체들이 벌이고 있다는 식의 비난이 느껴진다. 어차피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도토리는 일곱 개뿐인데도 저녁에 먹던 네 개의 도토리를 아침에 먹고 싶다는 식의 주장을 시민단체가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공직자는 시민들이 대전시의 재정운영에 대해 정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점은 잘 이해치 못하는 듯하다. 대전시는 버스 요금을 올리면서 현재 교통수송 분담률 1.7%에 지나지 않는 지하철 1호선에 매 해 550억 원 내외의 적자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28%의 교통수송분담률을 보이는 시내버스에 지원해야할 288억 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버스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7%의 교통량을 소화하기 위해 550억 원을 쓴다면 28%의 교통량을 감당하는 시내버스를 위해선 9천58억 원을 써야만 겨우 산술적 형평을 맞출 수 있다.
그럼에도 대전시는 수송분담률을 고려한 지하철 지원에 비교해 3.17%밖에 안 되는 지원도 시내버스에는 못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하철 타는 시민만 대전시민이고 시내버스 타는 시민은 대전시민이 아니란 말인가?
버스 요금 인상은 결국 버스 승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생들이나 노약자, 가난한 사람들과 같은 교통 약자들의 호주머니를 털겠다는 발상이라는 점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하철 보다 훨씬 불편한 버스 교통의 사정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는 잘못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은 모든 국민은 자기가 사는 지역에 주민이라는 법적 지위를 갖고 평등한 행정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시는 이러한 법률을 위배하여 지하철 이용자와 시내버스 이용자에게 엄청난 차별적 처우를 자행한 것이다.
나아가 시기상조론을 들먹이며 간선버스급행시스템(BRT) 도입 불가론을 유포하는 등 도시철도는 미래교통수단으로 육성해야하지만 시내버스는 사양 산업으로 지원해도 소용이 없다는 여론 몰이도 불사하고 있다. 자치 행정의 중립성, 공공서비스의 형평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편향된 정책의 결과로 저비용 고효율의 대중교통인 시내버스가 포기되지 않을까라는 염려를 지울 수 없다.
대전시의 1년 예산을 대전의 총 인구로 나누면 대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부담하고 받아야 혜택의 금액이 산출된다, 대전시의 2006년 당초 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4인 가족 한 세대마다 연간 780만원이 된다. 대전시민들은 매년 780만 원씩을 내는 대전광역시라는 자치단체의 회원인 셈이다.
지하철과 시내버스에 대한 대전시의 차별은 그래서 2%도 안 되는 극소수에게는 1억의 혜택을 주는 반면에 28%의 시민에게는 310만원도 안 되는 혜택을 강요하는 식의 행정이다. 이런 차별 행정을 중지해달라는 것, 다수를 따돌리는 만용 행정을 자제해달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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