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의 아름다운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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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의 아름다운 퇴임

<중도춘추>

  • 승인 2006-10-27 00:00
  • 문옥배 음악평론가문옥배 음악평론가
지난 10월 1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대전시립예술단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퇴임 모습을 보여준 음악회가 있었다. 바로 지난 5여년 동안 재임한 대전시립합창단의 이병직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퇴임연주회였다. 그런데 왜 필자에게 이날의 퇴임연주회가 아름답게 보였을까?

과거 시립예술단의 예술감독은 내부 추천에 의해 심사후 초빙하는 방식을 취하여 왔다. 이는 국내 대다수의 시립예술단이 취하고 있는 위촉방식이지만 상황에 따라 문제를 낳기도 했다. 추천이라는 방식 때문에 지원자들은 실력과 활동실적의 향상보다는 정관계의 로비를 통하여 공략하려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이는 지원자들이 내부 추천과 결정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고자 시도한 것이 대전시립예술단 사상 최초의 예술감독 공채방식이었고, 그 주인공이 이병직 예술감독이었던 것이다.

이병직 예술감독은 부임후 시립합창단의 기량을 업그레이드함은 물론 대전합창계의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10여장의 CD를 제작해 국내 합창애호가들에게 대전시립합창단의 역량을 알렸고, 지역 작곡가들에게 창작곡을 위촉과 지역 독창자를 무대에 세워 지역음악계와 함께 하려는 노력을 했다.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합창의 활성화를 위해 시민합창단과 함께 하는 무대를 만들기도 했고, 2005년에는 독일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음악제인 국제바흐합창페스티벌에 초청, 참가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시립예술단의 예술감독들은 임기만료후 재계약과정에서 단원, 음악계, 언론 그리고 자문위원회에 의해 문제가 제기되어 재계약되지 못하고 악단을 떠나는 악순환의 과정이었다. 이병직 예술감독은 올해말로 임기가 만료되어 연말 재심사 대상이었다.

그런데 대구시립합창단에서 대전시의 재계액을 위한 심사 이전에 그를 선점, 초빙키 위하여 의사를 밝혔고, 이병직 예술감독은 7월 1일자로 대구시립합창단행을 선택했다. 대전시립예술단 역사상 문제에 의해 재위촉 거부가 아닌 단원과 음악계 그리고 여론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타 시립합창단으로 이적하는 아쉬움과 아름다운 헤어짐의 모습을 남긴 것이다.

현재 시립교향악단과 시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은 올해 말 재심사 대상이다. 재계약을 위한 심사과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단원, 언론, 음악계 등의 의견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와 심의위원회의 심의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 심의과정을 신뢰하지 못하고 일부 집단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행동들이 나타나고 있다.

시에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지만, 집단적이고 집요하며 자신들의 의견외에는 문제시하는 행동은 그 순수성을 의심케 만든다. 예술감독 재임기간동안의 공(功)과 실(失)을 동시에 파악해야지 어느 하나만을 가지고 옹호나 비판하는 행동은 안된다. 재계약이 되면 더할나위 없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 아름다운 헤어짐을 준비하는 자세도 그동안 시립예술단을 위해 기여한 예술감독을 기억케하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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