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 뛰어든 초보 직장女 분투기
메릴 스트립의 카리스마 연기 ‘압권’
‘프라다(Prada)’,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에 걸친 것 중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닌 것이 없고, 머리색이며 발톱에 칠한 패티큐어까지 유행 아닌 것이 없다. 꿈속에서 그려왔던 환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 그리고 사람들은 화려한 패션계의 이면을 궁금해 한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앤드리아(앤 해서웨이). 숱한 고배를 마신 끝에 결국 패션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비서로 취직한다. 그러나 커피 심부름, 옷 심부름은 물론 아이들 숙제까지 해줘야 하는 개인비서는 앤드리아에게 악몽과 다름 없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는 극적인 드라마가 없다. 기껏해야 좀 독특한 분야에서 일하게 된 사회초년생의 좌충우돌 적응기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재미있다. 스물두 살짜리 주인공의 분투기는 생생하고 때론 절망적이어서 웃음을 참기 어렵다. “이 따위 일을 하려고 회사에 들어온 게 아닌데”, “저 상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인간이야” 등의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메릴 스트립의 탁월한 연기다. 목소리도 안 높이고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그 카리스마는 연구 대상이다. 자신감으로 냉정하게 굳힌 표정 속에서도 미묘한 변화로 다양한 심리 상태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앤 해서웨이도 좌충우돌 20대 여성을 제 옷을 입은 것처럼 그려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 그랬던 것처럼, 촌뜨기 같은 전반부와 눈부시게 차려입은 후반부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이며 판타지의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최첨단 패션. 관객들에게 확실한 ‘아이쇼핑’을 제공한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아찔한 패션 트렌드에 취해 영화를 보고 나면 자신의 패션 감각을 탓하거나, 44사이즈 옷을 찾아 매장을 서성이는 이들이 꼭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반전이 너무나 급작스러워 상황을 음미할 시간이 없는 것이 흠. 그럼에도 ‘잘 빠진’ 영화임은 분명하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로렌 와이스버거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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