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효 대전시장과 이완구 충남지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취임 100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행보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데서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출발에서 당선 과정, 그리고 취임 이후까지 두 사람의 행보는 연출로도 불가능할 만큼 대조적이다.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일이지만 뒤집어보면 양 쪽 모두 부족한 면이 있다는 말도 된다.
박 시장이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이 지사는 정치가 터전이다. 물론 경찰 공무원이라는 전직이 있지만 그것 역시 박시장의 일반 행정직과 성격이 다르다. 한 쪽이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일찌감치 공천을 확보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면 다른 쪽은 턱걸이로 공천장을 받은 점도 그렇다.
정무부지사 임명과정이라든가 선거법 관련 등 당선 후 일련의 과정, 역시 세간에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대체적으로 이 지사는 과감하게 나가는 ‘접시를 먼저 옮기는 형’이고 반면 답답할 만큼 진전이 느렸던 박 시장은 전형적인 ‘돌다리 형 행정가’라는 평가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좋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개인 성향에 따라 점수를 달리 줄 수 있다. 돌다리 두드리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쪽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거침없는 행정에 후한 점수를 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바로 “둘을 하나로…”였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좀 더 완벽한 행정을 보고 싶어 하는 ‘아쉬움’에서 나온 말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듯싶다.
그런데 두 사람 행보는 민선자치의 흐름 속에서 보면 큰 의미가 있다. 변화의 과정 속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단순한 흥미를 돋우는 행정 스타일 비교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는 정치에 휩쓸리는 지방 행정의 폐해도 보아왔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 심사숙고만 하다가 때를 놓친 공직자 출신 단체장도 경험했다. 하지만 이 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광역자치단체장을 우리 지역에서 동시에 무대 위에 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 사람의 4년간 실적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선거가 업무 실적 외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했다면 이제는 자치 10년이 지나면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행정과 정치 등 출신을 구분하지 않고 유권자가 선택했다면 두 사람을 동시에 한 무대에 올려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온 만큼 실적 위주의 평가가 될 공산이 크다. 만약 유권자들이 종전처럼 친소관계에 따라 움직이려 해도 언론과 선거관련 시민단체 쪽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유도할 게 분명하다.
두 사람에게는 세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하나는 둘 다 선정을 하는 것, 그리고 둘 중 하나만, 세 번째는 모두 실패하는 예다.
민심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앞서가는 나 홀로 행정은 임기 말에 “일만 벌려 놓았다”는 혹평을 받을 수 있고 신중함이 넘쳐서 검토만 반복하는 행정은 역시 “4년 동안 한 일이 뭐냐”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게 우려스럽지만 반면 이런 평가도 받을 수 있다.
‘이목의 신’(移木之信)을 실천한 상앙처럼 이지사가 소문으로 민심을 사로잡고 어려운 정책을 밀고 나갈 수도 있고 박 시장은 주(周)나라 태공망 여상(呂尙)같이 소리 없는 개혁과 변화로 대전시를 한 단계 더 올려놓을 수도 있다.
후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문제는 한 쪽만 잘하게 되는 경우다. 이럴 때 유권자들에게 어느 한 편은 버리는 카드가 된다. 누구든 조직을 맡으면 잘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런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주 다르게 나타나는 게 일의 결과다. 두 사람 모두 담장 위를 걸어가듯 철저한 균형 감각으로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행정을 이끌어야 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결과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4년 후 유권자들이 버리는 카드를 고르는 번거로움을 없애주는 행정을 기대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