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문화관광해설사 제도가 생기자 그는 해설사를 자원하여 벌써 6년째 그 일대를 일터 삼아 살고 있습니다. 대전 근교에 무려 23개의 크고 작은 산성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그 산성들을 모조리 그것도 몇 차례씩이나 답사한 그는 눈을 감고도 지도를 그릴 수 있을 만큼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되어있습니다.
요즘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이란 이름의 역사만들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자국의 역사를 자기 민족 중심으로 쓰고 있다면 그 나름대로 이론적 체계가 갖추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동북공정의 체계화작업을 50년 전부터 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갑자기 당황한 나라는 인접국인 북한은 물론 우리 한국입니다. 그렇다면 연일 보도되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할 만한 이론적 학술적 기반이 우리에게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수년 전 역사교과서 문제로 이웃 일본과 시비가 붙었을 때 한 역사학자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늘 자랑하는 백제역사문화만 해도 그것을 연구하는 학자 숫자에서 일본보다 크게 뒤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약 200여 명의 인적 연구자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는 2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요즘 TV 사극이 인기를 끌면서 고구려 연개소문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남우씨 일행은 대전 근교의 한 성의 이름에 붙은 연개소문이란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유성구 신동 뒷산에 ‘소문산성’이란 이름의 고대산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 역사의 한 대목을 자리잡고 있는 거인의 이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대전시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고구려의 남족 변방인 대전 근교에 왜 그의 이름이 붙어있는지 우리는 궁금해지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그 유명한 강감찬 장군의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 대전에서 가까운 충북옥천군 증약에 있습니다. 강감찬 장군이 그곳에 주둔하고 있을 무렵 모기떼가 극성을 부려 군사들을 괴롭히자 장군이 칼을 들어 내려치자 모기떼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가 여름에 그곳에 주둔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유추하게 합니다.
우리들은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교과서문제가 일시적 국가 간 분규로 보아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지나간 역사도 우리가 소홀히 하거나 무관심하고 있는 사이 이웃나라들이 엄청난 이론적 무기를 들고 자기 것으로 일방적 편입을 시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북한과 중국에 혹은 임나일본부라 주장하는 지역에 우리 백남우씨 같은 사람들이 그곳에 살면서 역사의 현장에 무슨 식물이 분포되어 있으며 무슨 변천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한다면 이웃나라들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펴지는 못 할 것입니다.
대전과 충남지역엔 향토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는 원로들과 보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역사유적물들을 돌아보며 나름대로의 나라사랑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문화관광해설사 제도에 따라 대전에 40명, 충남에 118명의 인사들이 열악한 대우를 무릅쓰고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가을 단풍놀이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이웃 근교의 유적지를 찾아 백남우씨 같은 역사 해설사들의 역사해설을 듣는 것도 무의미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특히 소문산성에서 연개소문과 증약에서 강감찬 장군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