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종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사체기능연구센터장 |
과잉의 에너지 섭취나 육체적 활동의 부족으로 체내에 에너지가 축적되면 이를 지방으로 변환하여 저장하게 되는 데 제일 먼저 아랫배 즉 소장과 대장 사이의 지방조직에 이들 지방을 축적하게 된다. 따라서 아랫배는 바로 이 지방조직 덩어리가 커지면서 늘어나는 것이다. 이 내장지방이 보이지 않는 비만의 음모가 시작되고 점차 체내의 대사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는 단계인 것이다.
지방조직의 증가는 동시에 근육양의 감소가 수반되고 인슐린과 같은 생체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의 작용이 점차 무기력해져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대사성 질환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아랫배의 지방조직 증가에 의한 허리둘레의 증가는 만병의 근원이 되는 비만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살이 가장 먼저 찌는 부위가 아랫배 부위이고 마지막에 찌는 부위는 얼굴이다. 반대로 피로가 지속되거나 영양섭취가 나쁘면 가장 먼저 얼굴의 살이 빠지고 마지막에 뱃살이 빠지고 허리둘레가 줄게 된다. 얼굴은 가장 잘 보이는 부위로 얼굴이 꺼칠하거나 핼쑥한 것은 쉽게 느껴져서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반대로 잘 먹고 편하면 아랫배 부위의 살부터 찌게 되며 신경을 쓰지 않은 상태로 지내게 된다.
그러므로 아래뱃살에서 시작하는 비만은 별로 자각증상이 없이 시작되어 조절을 하고자 할 때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야 가능하다. 피로와 영양섭취가 모자람으로써 생기는 건강의 위험에 대처하는 것 보다 과잉의 에너지 섭취에 의한 비만의 건강 위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 시 체질량지수(BMI)라는 수치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 BMI가 중년 이후 자신의 비만 척도를 판단하게 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체중을 kg 단위로 한 수를 신장을 m 단위로 한 수의 제곱으로 나눈 계산 값이 BMI이다. 이 BMI가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건강에 관한 점검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상태이다.
또한 BMI가 30을 넘지 않아도 자신의 아랫배의 둘레가 점차 늘어나는 경향이 보이면 복부지방의 감소를 위한 노력으로 운동과 음식섭취를 조절하고 이들 질병의 위험인자를 항상 검사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인 WHO는 ‘위험에 대한 예방, 건강한 생활에 대한 추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대사성 질환을 사망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비만은 이들 대사성 질환의 발병요인으로 소득과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른 전염병으로 선포될 정도로 선진국 국가들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여 관련 연구와 예방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진입에 따른 고 열량의 식생활과 안락한 생활방식의 전환으로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으로 비만이 빠르게 문제화되고 있다. 그리고 동아시아 민족의 공통적 특징인 당뇨 발병의 가능성이 서양인보다 높은 요인도 가세하여 서양의 선진국보다 더욱 빠르게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질병들의 발병률이 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대사성 질환은 발병 후 일생을 지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 저하와 경제적 손실 등의 문제점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나라도 대사성 질환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비만에 대한 대책을 국가차원에서 마련해야 할 21세기의 전략과제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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