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치킨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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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의 ‘치킨 게임’

<시 론>

  • 승인 2006-10-23 00:00
  • 최효철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최효철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북한 핵실험 이후 경제학의 게임이론으로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필자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주어진 환경 하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모색한다는 뜻이다.

바둑이나 포커와 같은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게임에서는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내가 선택해야 할 행동이 달라지게 되며 상대 역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측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삼국지를 보면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대패한 이후 도망치던 중 갈림길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조조는 역의 역까지 생각하여 안전한 길을 택하려 했으나 이미 조조의 머리 속을 꿰뚫고 있던 제갈량의 매복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게임에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예상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이처럼 게임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인지를 분석하는 것이 게임이론이다.

북한 핵문제는 게임이론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형태의 게임 중에서도 소위 ‘치킨 게임’으로 불리는 게임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치킨 게임’이란 두 사람이 자동차를 타고 서로 마주 보며 질주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거나 브레이크를 밟는 사람이 겁쟁이로 간주되어 지게 되는 게임을 말한다.

이 게임에서는 충돌을 피하지 못할 경우 공멸하기 때문에 참여자 두 사람이 모두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둘 다 충돌을 회피하는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공멸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패배의 치욕도 상대와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한 사람이 자신은 절대 충돌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죽을 각오로 돌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상대방이 먼저 피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북한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벼랑 끝 전술’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어서 핵실험을 단행하는 등의 도발적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다. 이 전술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러한 행동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상대가 믿어줘야 되므로 앞으로도 북한의 도발은 그 강도를 더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게임이론은 합리적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지 미치광이의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은 아니다. 북한은 어디까지 합리적인가? 실제 충돌을 결행할 정도로 비합리적인가 즉, 미쳤을까 아니면 비합리성을 가장한 철저한 합리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미국은 후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게임은 그야말로 충돌 일보 직전까지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양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긴장고조에 따른 피해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돌아올 것이다.

‘치킨 게임’은 어리석은 게임이다. 게임의 한 당사자인 미국도 이 게임에 나서게 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로버트 오먼 교수에 따르면 게임 참여자 간의 갈등은 게임의 시행이 반복되고 참여자간의 관계가 장기적일수록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은 이와는 반대로 북한의 현 정권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더 이상 현재의 북한 정권과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전제해 버림으로써 결국 북한이 ‘치킨 게임’을 걸어오는 상황을 자초하였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게임의 성격을 바꾸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정권의 교체를 조장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북한에 심어 주어야한다. 그래서 게임의 성격을 단판 승부인 ‘치킨 게임’에서 장기적인 ‘공존 게임’으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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