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교육사랑’으로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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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교육사랑’으로 가르치자

<월요아침>

  • 승인 2006-10-22 17:19
  • 오제직  충남도교육감오제직 충남도교육감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상인이 구매자에게 상품을 파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학생들은 그들의 학부모가 학비를 내든, 국가가 세금으로 수업료를 납부하든, 배우는 것에 대한 대가(代價)를 지불한다.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도 상품의 가치에 적절한 화폐를 상인에게 제공한다.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에 경제적인 대가가 개재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료강의, 무상으로 학습하는 경우도 있다. 보수(報酬)를 생각하지 않고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헌신하는 교육자도 있다. 어려운 이웃에게 가르침의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분들은 금전적 이익을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정신적인 이득인 보람만이 있을 뿐이다. 금전적 가치의 얻음보다 더 크고, 측량할 수 없는 만족감을 얻는다.

우리 학교 현장에는 보수를 생각하지 않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많다. 시간을 투자하여 어린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켜 주는 헌신적인 분들, 방학을 반납하고 제자들의 뒤진 공부를 채워주는 분들도 있다. 이 분들은 제자들이 얻는 배움의 기쁨에 만족한다.

장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상품 판매의 이익이 늘 보장되지는 않는다. 장사한다는 말은 이익을 남긴다는 말과 동의어가 될 정도로 상인들은 이익이 되는 곳만을 찾는데, 그들이 때로는 손해 보는 장사도 기꺼이 감행한다. 장사꾼이 손해 보는 거래를 하는 것은 차후의 거래에서 더 큰 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에 손해 보는 일은 투자의 일부분으로 이해된다.

교사가 학생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는 것은 장사꾼이 이익을 생각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는 다르다. 교사는 학생에게 가르치면서 얼마의 가치에 해당하는 분량을 제공했는가도 계산하지 않는다. 상인의 뇌리에는 계산기가 작동하지만, 교사의 가슴속에는 사랑의 온도계 수치가 올라간다.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교사의 가슴속을 뜨겁게 달구고, ‘계산’이라는 단어는 교육의 영역에 들어오지 않는다.

상인은 상품을 많이 판매해야 이익이 많아진다. 한 개를 팔았을 때의 이익은 두 개를 판매했을 때의 이익의 반밖에 되지 못한다. 많이 팔면 팔수록, 많이 거래하면 거래할수록 이익이 많아지는 것이 상거래의 원리이다.

교사도 학생들에게 많은 지식을 전수하고, 더 많은 지혜를 체득하도록 가르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가르침의 욕구에 비해 배우고자 하는 욕구는 적기 마련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가르침의 내용보다도 배우고자 하는 욕망을 키우도록 학생들을 자극하는 데 힘쓴다. 배움에 대한 의욕, 욕망이 없는 학생들을 제자로 둔 교사에게 헌신적인 노력이 더욱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때 엔터테인 마케팅이 유행했었다. 상품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오감(五感)과 지적 호기심, 귀속(歸屬)본능을 통해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경험마케팅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가르침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학생들의 학습동기와 의욕과 즐거움을 주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르침을 상인이 판매하는 상품에 비유한다면, 학생들의 가르치는 내용을 기꺼이 소유하도록 유인하는 학습내용의 포장술, 즐거움을 주는 교수`학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 제자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지식을 판매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이 즐겁도록 늘 연구하고, 알찬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수업을 준비한다. 제자들을 사랑하고, 학문을 좋아하며, 교직을 사랑한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기에, 제자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의 행동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변하지 않는 참모습이다.

가을이 깊어간다. 수능시험도 3주 정도 남았다. 제자들과 늦은 시간까지 함께하는 선생님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제자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교육사랑의 정성으로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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