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양산불의 경우 낙산사 등 주요 문화재와 가옥이 소실되어 420명의 이재민과 문화재 등 17,843백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강원도 동해안 지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다수의 발전소`군부대`주요사찰`문화재`유적지 등 주요시설물들이 대비책 없이 숲 근처에 들어서 있다. 특히 사찰이나 산림 내 휴양시설들은 건축물에서 20~3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언덕 위에 산불이 잘 붙는 소나무 숲 등이 우거져 있는 곳이 많다.
소나무가 탈 때는 소나무 높이의 반 정도 되는 반지름의 화염이 발생하여 건축물에 화염이 직접 닿지 않더라도 복사열에 의해 목재 내부 압력이 증가하여 발화되기 때문에 건축물과 소나무는 소나무 높이의 2.5배 가량 떨어져야 한다는 학계의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풍속이 제로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어서, 산불 때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을 고려하면 그 몇 배 이상의 안전거리가 확보돼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방화선과 방화수림대를 설치해 산불이 사람이 사는 곳으로 번지는 것에 대비했다.
조선 시대의 각종 기록물을 보면 종묘, 궁궐, 성곽 등 주요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해 방화선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재난관리를 한 사실이 많이 발견된다.
방화선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550여 년 전의 ‘광릉지’에서 발견된다. 여기에 광릉과 그 주변 숲을 보호할 목적으로 방화선을 설치한 사실이 기록돼 있다. 중종 때에는 종묘 담장 밖에서 발생한 불이 종묘 안쪽의 소나무 숲에 옮겨 붙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 종묘 담장 인근에 있는 화재 위험이 높은 소나무들을 모두 베어내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한양 성곽의 성벽을 기준으로 성 안쪽으로 9m, 바깥쪽으로는 18m 이내에 소나무가 밀생하여 자랄 경우 모두 베어버리도록 했다는 구절도 있다. 이러한 조처는 소나무가 다른 나무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화재에 약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우리 선조들의 산불 예방 기술이 생각보다 빨랐다는 것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이제는 산불 진화에도 첨단 장비가 동원되고 있으나, 진화 시스템에서 보면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현대의 시스템에 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선조들의 이런 지혜를 지역 실정에 알맞은 내화수림대(耐火樹林帶)조성 등으로 발전시켜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비해야 한다.
올 가을에는 가뭄이 심하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이른바 ‘가뭄 산불’의 우려가 높아지고 각 자치단체에서도 산불 예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산림보호협회 등에서는 가을철 산불 조심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산불은 봄철 건조기에 많이 발생, 큰 피해를 남기지만 꼭 봄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가을 가뭄이 심할 때도 산불 조심에 더욱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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