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지역문학 뒤돌아보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가을, 지역문학 뒤돌아보다

<금요논단>

  • 승인 2006-10-20 00:00
  • 류환 전위예술가류환 전위예술가
평생을 지역문학을 위해 헌신적으로 매달리며 척박했던 문학 텃밭을 일궈 우리지역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문인들을 어우러 국내 최장수 시 전문지‘시도’ 를 결성, 생전에 100집을 발간하겠다고 다짐 하더니 89번째 동인시집과 개인시집 8권을 끝으로 지난달 세상을 앞서간 고 지광현 시인. 회고해 보면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책갈피 마다 감회가 새롭다.

시가 시로서 머무르기를 바랐던 시인은 시가 편법의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야합하여 매득될 수 있는 현실을 부정하며 걸어온 순수했던 길이 보람도 없이 거치른 대지를 넘어 수평선에서 멀어진 고인의 문학사랑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이라면 고인이 쓰다만 펜 자국이 선명해 보일 거다.

평소 그의 혁혁했던 발자취와 종종했던 발걸음이 한낱 부질없었던 것이었을까. 또렷이 기억 속에 남는 그것은(?) 왜일까.

살아생전 문학에 대한 자구적인 자책을 자주 내뱉던 파르르한 그의 열정이 몇몇 사람들의 저잣거리에 놀아나고 회자되어 변변한 문학상 하나 없이 어느 이마주의 먼지처럼 가슴 속에 쌓였을 고인의 상흔.

지역 문인치고 ‘시도’ 에 이름 한 두 번 걸치지 않은 문인은 아마도 없을 만큼 지역향토문학에 애착을 갖고 동분서주 하였으니 앞선 고인의 티끝 이라도 우리지역 문인들은 자신이 그러하듯 곰곰이 생각해 가슴에 쓸어 안아볼 일이다.

중앙에 밀려 혹은 베스트 작가군 계열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묵묵히 향리에서 곤비한 필력을 경주하는 지역 시인과 시를 옹호하며 1978년 창간하여 이념을 버리지 않고 우직하게 한길을 걸어 왔었다 알고 있듯, 흔히 말하는 지역 문학이라는 용어는 향토문학을 중심으로 로컬리즘에 입각해 농촌`해양`산악`토속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문학의 근원적 원형을 가르키는 말이다

서구의 경우처럼 도시문명이나 기계주의에 반기를 들고 인간회복을 꾀하는 소위 향토문학운동이 독일을 중심으로 크게 일어난 것처럼 노르웨이의 ‘아르네’란 산촌지역 소설과 북구 농민들의 지역문학 탐구로 노벨상을 타기도 했었다.

러시아의 노벨상작가 숄로호프 ‘고요한 돈강’, 투르게네프의 ‘처녀지’, 펄벅의 ‘대지’는 널리 알려진 그 나라의 지역 문학이돼 세계문학이 되었던 것은 작품의 우수성은 물론이겠지만 지역인들의 향토 사랑과 그 지역을 이끌어 가는 유연한 지식인들의 역할이 현저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 전후로 특히 신경림의 ‘농무’와 이 지역의 대표적인 시인 신동엽의 ‘금강’은 민중시의 표본으로 불려 지며 우리 향토문학의 원형이자 핵심이 되었다. 그렇다면 “가장 민속적인 문학이 세계적인 문학이다” 라고 정의한 앙드레 지드의 말처럼 세계문학이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도시에는 문학이 없다고들 한다. 속악한 유행과 포르노그래피의 퇴폐와 추악한 하수도 문학이나 양산하는 상업적인 문학 외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는 지성인들의 말이 가르침으로 들리는 이유도 오롯이 지역의 문학을 위해 소신을 다한 고 지광현 시인의 애착에서도 찾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질주하는 어지러운 현상계에 가세해 편중된 중앙 문단에서 밀려나 홀대 받는 지역 혹은 향토를 변방쯤으로 여기는 근시안적인 우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앞으로 우리지역 문학의 과제와 가능성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돌이켜 보면 오직 생명의 뿌리가 있고 민족의 혼이 깃들어 있는 지역문학 그 참된 모체인 향토문학이 모든 가능성을 일러주는 유일한 희망이기에 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활동했던 문인들의 발자취를 뒤 돌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