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문화체육부장 |
문제는 단순한 정년에 대한 것이 아니다. 속된 말로 사비를 털어 학교를 설립했는데 까짓거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 그러나 이해의 정도를 잘 헤아려보면 상식하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례로 학교운영과 관련해 정부의 재정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하면 무슨 상관 있겠는가. 말 그대로 설립자 자신이 학교를 효율적으로 꾸려나가면서 명성을 높이겠다는데 안 그런가. 또 학교를 설립하는데 사비를 몽땅 털어 넣어 몇년이고 학교를 운영해왔다고 가정할 때, 이 역시 어느 정도 상식선에서 충분히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문제는 이들 정년을 훨씬 넘긴 사학교장들의 급여를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데 있다. 그동안 사학에 공들여 온 그들의 노고를 고려한다고 해도 지나칠 만큼 오랜 기간 교장직을 수행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모 여고 교장은 자신이 설립한 학교에서 40년째 교장으로 재직중이다. 올해 그의 나이는 84세. 정년을 20년이나 넘겼다. 당연히 그의 급여는 교육청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서울의 또 다른 사학재단에서는 법정정년을 8년을 넘기고서도 재단내 A학교 교장에서 B학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어떤 사학재단은 학교 설립자가 75세의 나이로 교장직에서 퇴임하면서 자신의 부인에게 교장직을 물려주기까지 했다. 물론 배우자의 나이도 법정정년을 넘긴 67살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정봉주 의원(열린우리당)이 올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교원정년을 넘긴 사학재단의 학교장은 모두 87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이들을 위해 정부에서는 연간 58억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지원근거는 교육부가 지난 1999년 예산편성지침을 개정 하면서다.
사학재단의 학교장 정년이 새삼 문제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형평성에서 접근하는 게 좋을 듯하다. 앞서도 밝혔지만 아무리 예우차원이라고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는 곤란하다. 그들이 종신근무를 해도 법적으론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하지만 너무도 열악한 교육재정하에서 종신근무때까지 정부가 그들의 급여를 책임진다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싶다.
금연열풍으로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어째서 아직도 담배를 피우냐는 질문에, 혹자들은 가끔씩 이런 말을 한다. “담배라도 실컷 피워야 자녀교육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겠냐”고. 비약적이긴 하지만 돌이켜보건대 흡연자들이 건강을 해치며 피운 담뱃값은 정년을 훨씬 넘긴 사학재단의 학교장 급여에 충당된 것은 아닐는지….
정년을 초과한 사립학교 교장들의 임용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법이 이를 정하지 못한다면 지금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사립학교라면 더 이상 사립학교법의 울타리안에서 이런 식의 이익을 챙겨서는 안된다. 감사때마다 반복되는 일련의 처사는 곤란하다. 감사는 그때그때 문제점을 지적,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주의를 줄 때도 있고, 경고를 할 때도 있고, 징계위에 회부해 잘못에 대한 법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사립학교 학교장 임용문제는 법이 앞장서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의 혈세를 아낌없이 퍼주다(?)보니 그들의 종신근무를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 최소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형평성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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