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기 대전대 철학과 교수 |
통기타 3 대로 진행되는 공연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감동을 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대전 사람들이 박수를 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때는 전혀 아니었다.
김광석은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어내려고 다리 밑에서 발성연습을 무척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 때문인지 김광석의 목소리에는 그의 삶이 묻어있어 목소리만으로도 감동을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총 1000회 정도 공연 중 그 멤버들과 600회 이상 공연을 함께 했으니 그들의 연주는 거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김광석 노래 가사들은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며, 우리의 사랑과 슬픔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는 그때 통기타 3 대로 김광석이 많은 관객들과 음악적인 교감을 함께 나누며 소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정말 놀랐다. 그 공연을 보면서 필자는 “과연 나는 철학으로 누구와 무슨 생각을 나누며 소통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를 생각했었다.
최근에 인문학의 위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의 인문대학장들이 모여서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하는 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고 인문학자의 위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인문학의 위기에 대해 다양한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인문학의 위기’는 대중과의 소통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교수는 “인문학 베스트셀러 20권 중에 대학교수가 쓴 저서는 딱 2권뿐”이라며 “대중서를 쓰면 제대로 된 학자가 아니라고 매도되는 학풍은 대학 밖과의 소통의 길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인문학적 소통하기를 실천하고 계신 신영복 선생님은 여러 분야에서 인문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신영복 선생님이 사람과 소통하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엽서>라는 책의 “청구회 추억”에서 엿볼 수 있다.
1966년 어느 날 문학회 초청으로 서오릉으로 소풍을 가던 신영복 선생님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던 여섯 명의 어린이들과 마주친다. “청구회 추억”은 이때부터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되기까지 약 2년간 이 여섯 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했던 모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음은 “청구회 추억”의 한 대목이다.
‘나는 어린이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방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중요한 것은 ‘첫 대화’를 무사히 마치는 일이다.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서로의 거리를 때에 따라서는 몇 년씩이나 당겨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꼬마들에게 던지는 첫마디는 반드시 대답을 구하는, 그리고 대답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만일 “얘, 너 이름이 뭐냐”라는 첫마디를 던진다면 그들로서는 우선 대답을 해줄 필요를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는 불쾌감으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뱅글뱅글 돌아가기만 할 뿐 결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반드시 대답을 필요로 하는 질문을, 그리고 어린이들이 가장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놀림의 느낌이 전혀 없는 질문을 궁리하여 말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여섯 명의 어린이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신영복 선생님의 이런 지혜와 진지함이 다른 분야에서도 그대로 실천되고 있어서 <강의>라는 책도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가을에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음미하면서 소통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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