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남 주필 |
이같은 소회는 지난 5·31지방선거가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였다기 보다는 중앙정당에 대한 심판으로 흘러 지방선거에 중앙정치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음에도 지역민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방자치 10년이 지난 지금 적지 않은 변화가 왔음에도 바람직한 자치의 모습, 또는 자치의 선진국들이 보여주는 지역의 면면과는 거리가 먼 우리의 현실은 무엇 때문일까. 필자는 우선 지역민들의 의식구조가 아직 중앙집권시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꼽고 싶다.
오랜 중앙위주의 체제 속에 살아왔던 지역민들은 지금도 지방자치로 지역이 고루 잘사는 지방자치의 나라들의 얘기가 아직 남의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지방자치가 실시되었다 하더라도 서울과 지역의 격차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앙집권시대와 지금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는 게 많은 지역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지방에서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그래서 서울의 명문대로 진학해야 그나마 진로가 보장되는 현실 앞에서 내 지역을 잘 살게 만드는 지방자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게 지역민들의 속마음인 것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를 보는 또 하나의 시각은 지역민과는 괴리된 지방자치, 지방정치가 행해지고 있는데도 그 원인이 있다. 이런 현상은 도심일수록 더 두드러진다. 주거공간이 대부분 아파트인 대도시일수록 공동체문화가 존재하기 힘들다. 앞집에 사는 사람 얼굴보기 힘든 일상 속에서 지역의 일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 힘든게 오늘의 도시민들의 삶인 것이다. 이런 삶의 모습속에서 지역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지방자치가 관심의 대상으로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울러 민선4기가 되도록 지방선거를 치러온 그간의 과정을 보면 끼리끼리의 선거풍토가 작용해왔고 이런 선거풍토가 자치행정으로 이어지는 것을 주민들은 보아왔던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됐건 지방의회의원이 됐건 나하고 상관이 없는데… 하는 무관심이 자치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 연결되었던 것이다.
이같은 지역민의 의식은 지난 5·31선거에서도 여실히 증명되었는데 다름 아닌 기초자치단체장 및 기초의회의원들의 정당공천제문제다.
행정조직의 작은 단위인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기초의회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한다는 것은 풀뿌리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반대했지만,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6월 이를 통과시켰고 그 결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성에 의해 후보자가 선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앙정치의 대리전양상이 펼쳐졌던 게 바로 지난 5·31선거의 본질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실을 지방자치 또는 지방정치의 실종이라고 분개한 지역민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사람이면 어떻고 저 사람이면 어떠냐는 자학의 목소리까지 나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필자는 우리의 지방자치가 결코 후퇴해서는 안 되며 그러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중앙정치인, 또는 서울에 있는 지식인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의식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지역민들의 지방자치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차원에서 서구청의 서람이대학과 같은 주민들을 위한 지방자치교육이 더욱 활성화되고 확산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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