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카오 BDA 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등 지난해 11월 5차 6자회담 이후 대화보다는 압박에 주력함에 따라 북한 역시 대화보다 판을 완전히 바꾸는 판갈이 전략으로 나왔다. 북한은 현상을 타파하지 않고는 자신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핵을 통해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볼 시점이라 판단하였다.
핵실험을 할 경우 유엔 헌장 7조에 따른 비군사적 압박의 위협성과 레드라인을 넘어서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으로부터 많은 경제적 손실 등 실(失)이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중기적으로 현상타파라는 득(得)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핵실험에 나섰다.
북한의 핵실험이 대미 협상을 겨냥했는가 하는 논란이 있었지만 북한의 의도에 대해 “협상용이다 혹은 아니다”하는 분석은 이제 의미가 약해졌다. 핵실험을 하겠다는 선언 당시에는 이를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에 의도 분석이 중요했지만 핵실험이 이미 끝난 상황에서 의도에 대한 분석은 중요성이 축소되었다.
이제는 향후 다가올 파장이 중요하다. 핵실험에 나선 2006년 10월 9일을 기점으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어제의 북한과 핵보유국이 된 오늘의 북한은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다. ‘새로운 북한(Brand new North Kore)’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의도와 상관없이 있는 실상을 중심으로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가(a de facto nuclear weapon country)로 북한을 봐야 한다.
북핵 실험이 남북관계 등에 미칠 파장은 매우 엄청나다. 우선 남북관계의 균형은 이제 깨졌다. 지금까지 남북은 재래식 무기에 의한 군사적 균형을 이뤘지만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 된 지금 그 균형은 깨졌다. 군사적으로 북한이 남한보다 우위에 섰기 때문에 이제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이 남한 선박을 나포해도 북을 실질적으로 제재하기 어려워졌다. 핵 보유 국가에 대해 핵 비보유 국가가 대응하는 방법과 수단은 과거와 달리 질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유엔은 17개 항으로 구성된 결의안 1718호를 일주일 안에 통과시켰다. 당초의 초안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선박 나포 등에서 상당부분 후퇴하였지만 결의안에 각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위력은 적지 않다.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발동된 결의안 1695호가 전체적으로 권장 사항에 가까운 측면이 있지만 이번 결의안은 제재를 의미하는 비군사적 강제조치인 7장 41조를 분명히 명기하여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문제는 한국의 입장이다. 한국이 192개 회원국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유엔안보리 결의안 조항을 자의로 혹은 협의로 해석하여 대북 제재에 소극적이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한국은 국제적으로 북한과 마찬가지로 고립될 수밖에 없다. 향후 유엔안보리는 제재위원회를 구성하여 결의안이 정확하게 이행되는지 여부를 점검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모든 남북협력 프로그램의 재조정을 요구하는 미국과 이를 완곡하게 거부하는 한국과의 한미갈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핵실험에 대해 미국책임론을 주장하지만 햇볕정책에 의한 대북 지원이 북한 핵개발 자금으로 사용된 것은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전용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하지만 돈에는 꼬리표가 없으며, 한편으로 군사용 전용이 안 되었다는 증거도 없으므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한국이 처한 위기는 애매모호한 민족공조보다는 적극적인 국제공조를 통해서 돌파해나갈 수밖에 없다. ‘새로운 북한’에는 새로운 정책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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