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과 배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교만과 배려

<중도 마당>

  • 승인 2006-10-17 00:00
  • 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
언제
▲ 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
▲ 어경선 맑은마음 정신과 원장
나 시계의 추처럼 저 잘난 멋과 상대에 대한 배려 사이를 오가는 제 모습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근래에는 그 어느 때보다 배려 쪽으로 마음이 쓰이는 편입니다. 사실 외국 사람들의 생활 상 운운하는 것이 유난스럽기도 합니다.

더구나 단면을 보고 배려를 이야기하는 것이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지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요즘의 관심이 그런 탓인지 해외여행 중에 보았던 그들의 상대에 대한 배려가 각별히 기억됩니다.

한번은 둘이 옆으로 나란히 걸으면 조금 남을 법한 좁은 복도를 지날 일이 있었습니다. 앞서 가는 중년 남자 두 분이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 중인지 그 분위기에 취해 느긋하게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헌데 뒤에 있는 젊은 친구는 그 뒤를 따르던 제게 씽긋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 하고는 그 긴 복도를 마냥 천천히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따라오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꽤나 미안한 표정으로 실례했다는 말을 하면서 길을 내 주고 또 그 젊은 친구는 오히려 이야기를 방해해서 미안하다며 몇 번을 사양하더니 조심스럽게 앞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다소간 불쾌한 표정마저 지으며 앞서 가는 사람을 휙 지나쳐 가는 것을 흔히 보아온 저로서는 참으로 잊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그네들은 계단이나 복도에서 앞선 이들을 지나쳐 가거나 혹은 살짝 옷깃이라도 닿을라치면 반드시 실례한다는 표현을 잊지 않더군요.

한때 참으로 교만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목소리의 크기가 자신감과 비례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함께 있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제 생각이 합리적이니 따라 오는 것이 제일 낫다고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의원을 개원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던 때였습니다. 부족한 것도 별반 없었지만 또 설사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먹고 잠시의 시간만 투자하면 바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개원 5년 차가 지날 무렵, 따분한 일상의 반복에 지칠 즈음, 새로운 일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크고 작은 시련이 현실이 되면서 초등학교 때 영세를 받고는 드문드문 필요할 때만 성당을 찾던 제게 하느님께서 인내의 한계를 느끼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고생이야 제 교만에 대한 당연한 죄 값이지만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안쓰러웠습니다. 특히 큰 딸 애의 고통은 말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작 된 인생 공부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 보입니다. 잠시라도 교만해질라치면 여지없이 일침을 놓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배려를 떠올려야 했습니다. 사실, 매 순간 세월은 제게 엄청난 선물을 거저 주었지만 제게는 일침만 보였던 것이 맞을 것입니다.

더구나 남들에 대한 배려가 제 삶의 안락을 위한 담보인 듯 생각되더군요. 세상의 가치들, 예를 들면 여유 있는 삶이나 명망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이것은 교만의 감추어진 다른 모습이며 어쩌면 더 큰 교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