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른 금융시장의 반응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당일 원/달러 환율은 14.8원 급등한 963.90원으로 마감되었고 종합주가지수 역시 주말 대비 32.6포인트, 2.41% 급락하여 1319.40으로 장을 마쳐 핵실험의 위력을 실감케 하였다.
그러나 당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768억원, 1355억원 순매수를 보인 반면에 개인은 6018억원의 순매도를 보여 경제주체간의 상황인식과 리스크 분석, 그리고 이에 따른 의사결정에 큰 시각차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모습은 지난 추석 연휴중 본 영화 ‘타짜’를 생각케 한다. 전문 도박판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도박세계에서 소위 전문 기술의 도박꾼 또는 고수를 의미하는 ‘타짜’의 위기상황에서의 냉철한 판단과 철저한 자기관리에 의한 의사결정의 일면이 비쳐진다. 또한 한편으로는 ‘All or Nothing’의 무분별한 의사결정의 허망함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한다.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서’ 도박판에 뛰어 들지만 생각해보면 마치 ‘돈을 잃기 위해서’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치밀한 두뇌회전과 온갖 기술이 동원되지만 결국 ‘돈’보다는 ‘도박행위 자체’의 치명적인 유혹의 독성에서 자유롭지 못해 결국 처절하게 ‘늪’으로 사라진다.
도박판에서의 무모한 한판 승부처럼 위기상황에서 적절한 대책없는 극단적인 의사결정은 리스크의 양을 키워, 수익이 모두 허공으로 사라지게 한다. 일정한 수익률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행위는 경제행위로서의 의미가 없다 하겠다.
기업의 목적은 수익성 제고이다. 따라서 자기자본이익률(ROE : Return on Equity)이 시중금리보다 높아야 경영활동의 의미가 있다. ROE가 시중금리보다 낮으면 자금을 은행에 예금하여 이자를 받는 것이 보다 경제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시중금리보다 낮은 수익률’ 내지 ‘음의 수익률’의 기업은 경제원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현대 경영에서는 위기상황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응방안 등 내부시스템의 리스크관리 능력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익성의 저하가 지속되고 그러한 기업행위의 리스크를 인식하지 못하고 계속 ‘경영행위 자체’에 빠져있다면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출의 운명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냉철한 상황판단과 리스크 분석에 기초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고 실행하는 위기관리능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 핵사태를 마치 스포츠 중계를 바라 보는 것처럼 막연하게 보는 듯한 태도나 걱정만 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 모두 우리 내부의 또 다른 핵폭탄일 수 있다. 대책없는 무책임한 관망, 성급하며 단견적인 극단주의적 행동은 모두 올바른 판단을 가로 막는 장애물로서 ‘돈 벌기’ 보다는 ‘돈 잃기’라는 해괴한 경제행위의 주인공이 되도록 인도할 것이다.
향후 시나리오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 수출기업들의 경영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벌써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수출에 어려움이 나타나고 환율의 변동성 확대로 수출기업의 환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다행히 급격한 환율변동 리스크를 인식한 우리 지역 수출기업들이 환리스크 헤지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한주 동안에만 청약한 환변동보험금액이 3010만달러로 지난 달에 비해 6배 정도 급증하였다.
이처럼 북핵 사태로 인한 경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 나름대로 더욱 철저한 리스크 분석과 상황에 따른 대책을 준비하여 냉철히 대응하는 기업만이 수익성을 제고하여 더욱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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