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헌 전 안성군수 |
서산읍을 지나 태안으로 들어서니 ‘생강’과 ‘쪽파’가 한창이다. 바닷가는 ‘해송’이 울창하다.
이곳은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안흥외항포구로 서해안 지도에 임산부의 볼록한 배 같이 나온 지역이다. 포구에는 왁자한 삶의 냄새, 향기로운 비린내, 바다는 고향에 돌아 온 듯 반갑고 푸근하다.
각종 어패류와 바닷고들, 젓갈류, 상인들의 몸짓에는 활어처럼 생동감이 넘치고, 장꾼들의 눈빛은 기대와 그리움으로 반짝인다. 고깃배가 와 닿는 부두에는 길손들이 주저 앉아 회접시를 앞에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이곳은 ‘해안사구’로 유명하다.
해류(海流)에 쓸려온 모래알갱이가 모래톱 해안에 쌓인다. 바닷물이 한번 빚어낸 모래언덕, 이번엔 바람이 그 바통을 이어 받는다.
그러면 어느새 또 다른 바람 휘몰아쳐와 모래위에 바다발자국을 새긴다. 모래사막에 흐르는 물결, 일만오천년 걸려 생겨났단다. 국내 최대의 해안 사구다.
천연기념물 제 431호인 태안반도 해안사구. 바닷가 모래언덕에서 문득 세월을 만난다.
나는 포구에서 매일 2회 정기운항하는 대형 유람선 ‘안스타(ANSTAR)’호를 탔다. 바다에는 곳곳에 깃발이 꽃혀 있는데 그 밑에는 그물과 우럭통발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한다.
멀리 길게 누워있는 안면도를 바라보며 목개도로 항해했다.
이곳에는 홍합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쫄깃쫄깃한 맛이 일미로 옛날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진상품이라고 한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정족도에 이르렀다.
란도괭이 갈매기의 집단 서식지다. 란도괭이 갈매기는 바닷속 깊이 다이빙 하며 물고기를 잡아먹는 특수 조류다. 5~6월이면 집단번식을 위하여 섬이 하얗게 덮인다.
배를 가르는 물살이 빠르게 흐른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해안 물살이 가장 빠른 곳으로 한번 빠지면 구조가 어렵다고 한다.
다음은 ‘독립문 바위’와 ‘돛대바위’이다.
태안반도 유인도 중 가장 근접인 가의도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바위로서 형상이 독립문과 돛대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섬옆으로 해상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한국지질 연구소에서 지진을 탐사하기 위한 것이다. 끝으로 마도에 들렸다. 섬에서 가까운 바다에는 미역양식시설이 눈에 띈다. 이곳은 중국의 산동반도와 가장 가까운 위치로서 그 거리는 불과 328㎞라 한다.
돌아오는 뱃머리에는 어디선가 날아온 갈매기가 바다를 차고 오른다. ‘갈매기 섬으로 가는 길’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남으로 남으로 / 갈매기 섬으로 / 소년을 뽑으러 간다. 나는 철잃은 소년이 되어 여태 땟물자국 뿌리한점도 없는 갈매기 섬으로 / 섬은 점하나를 찍고 자유롭게 앉아있다.
이상할정도로 이상한 물결은 바윗등을 잡으려고 / 거품을 뿜어내며 마구 웃는다. / 갈매기도 거칠게 웃는다. 갯바람도 까맣게 인다.
바다는 시체로 누워있다. 큰배는 바다를 해부한다. / 하얗게 배를 가르면서도 웃고 있다. 파도가 일렁인다.
오늘 길운이 좋았는지 바람고깃배가 부두에 와닿고 어부들이 만선은 아니지만 멸치와 잡어들을 부두에 뿌려놓는다. 펄펄 뛰는 생선을 뿌려놓은 난장에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흥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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