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편집부장 |
소수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자탄만으로 들리진 않았다. 여야가 지방권력 심판론과 정부 심판론으로 날을 세우며 치러진 중앙정치의 극렬한 대리전 양상에 대한 비판의 의미가 강했다.
분권형 정당을 표방한 중심당이 창당 수개월만에 치른 선거 결과를 놓고 말도 많았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당 안팎의 요구도 거셌다. 대전지역에서의 전패(全敗), 충남 기초단체장 7곳 당선은 11년 전인 95년 자민련 창당 직후 치러진 첫 지방선거에서의 녹색바람에 익숙한 유권자들에겐 초라한 성적으로 비쳤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물은 중심당의 여건 및 한계와 정확하게 맞물려 있다. 무엇보다 지역정서를 자극하지 않는 지방분권형 정당 정책은 유권자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았다. ‘우리가 남이가’ 식 전략으로 일관했다면 선거가 쉬웠을지 모른다.
정당의 핏줄이 되는 정치자금의 부족과 인물난도 마찬가지다. 심 대표가 주창한 지방분권은 곧 지방이,지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를 뜻하는 것이다. 2004년 10월,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 판결은 박정희 정권의 ‘수도이전 백지 계획’으로 시작해 수십년 검토해온 국가정책이 정쟁의 희생물이 될 때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반증했다.
행정도시로 축소된 이 정책은 아직도 논쟁중이다. 여야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 행정도시 건설은 지방(수도권)대 지방(충청권)의 이해 다툼으로 변질됐다. 현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행정도시 이전이 예정된 공공기관들이 부지 이용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게 현실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대수도(大首都) 건설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대수도 건설이 곧 행정도시의 무력화와 맞물려 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한나라당의 행정수도 건설 반대 정책은 의도했든 안했든 지방선거에서 수도권표 결집의 주된 요인이 됐다. 행정도시 건설 문제가 내년 대선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북한의 핵실험 그늘에 가렸지만 지난 10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열린 국민중심당 주관의 토론회에서도 행정도시 문제가 거론됐다. 당무에서 물러났던 심 대표의 사실상 컴백무대였던 이 토론회는 여야 모두 외면하는 ‘지방의 문제’에 대한 고민도 꽤 나왔다고 한다. 지방분권이라는 중심당의 정치실험이 내년 대선에서 어떤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정치는 흔히 ‘움직이는 생물’ 로 빗댄다. 그동안 수없이 치러진 선거에서 경험했듯 정치는 힘의 구도와 정확히 맞물려 움직인다. 일년여 남은 대선을 앞두고 ‘최고 권력’을 향한 정계개편과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현재 일고 있는 배경이다. 지방분권이라는 중심당의 창당 명분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 명분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교직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구성원에 달려있다. 구체적인 전략도 아직 부족하다. 이 모든 것이 기득권의 포기와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반세기 가까이 영남과 호남으로 양분된 한국정치의 지역분할 구도는 아직 굳건하다. 지역주의 폐해를 목청 높여 지적하는 정치인들이 다수지만 선거 때만 되면 ‘망국병’ 이 열병처럼 번지는 것이 한국정치의 현주소다.
중심당이 지방분권 정책을 내년 대선에서 선거 전략으로 이용, 이러한 퇴행적 정치구도를 바로잡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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