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물 만났다

가을… 물 만났다

보약보다 좋은 목욕

  • 승인 2006-10-13 00:00
  • 김덕기 기자김덕기 기자
풀벌레 소리가 커지고 있네요. 가을이 완연해지는 것 같습니다. 들녘의 황금물결을 바라보노라면 괜시리 마음마저 풍성해지는군요. 쪽빛하늘은 막혔던 기분마저 탁 트이게 합니다. 울긋불긋해지는 단풍에 세상의 아름다움이 깊이 느껴지는 계절.

그러나 지난 추석명절에 고향길을 오고갔던 고단함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아직 완전히 피로가 씻기지 않은 탓인 것 같습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구고 싶은 것은 왜일까요.

잠시 세상사를 뒤로 한 채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싶은 것 아닐까요? 노곤한 심신을 씻어내고 싶은 기분이 들겁니다. 이런 생각이 들때면 가까운 목욕탕이나 사우나, 온천 등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그것도 어렵다면 집에서 온수를 받아 발을 담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우리네 삶에서 목욕문화가 너무나 가까이 있고 친숙하기에 그 효용가치를 간과하고 쉽사리 지나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최근의 추세를 보면 목욕이 더 이상 몸을 씻기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목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시설들이 다양하게 목욕장 내부를 장식하고 있으며, 입욕자의 경우에도 몸에 좋다는 시설이 많은 목욕장을 찾아다니는 식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건강 목적에 따라 올바르게 조절되어야 할 욕탕의 온도, 목욕시간, 목욕간격 등 효과적인 목욕방법에 대해서는 의외로 무관심한 것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입니다. 목욕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질병치료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이나 뜻하지 않은 불행을 초래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목욕은 주로 몸을 깨끗이 씻으려고 하지만 치료를 하기 위해서나 휴식과 즐거움을 위해서 또는 종교적인 의미에서 하기도 합니다.

청결을 위한 목욕으로 가장 흔한 방법은 물과 비누로 몸을 씻는 것 아시죠. 목욕하는 사람은 물이 들어 있는 욕조에 들어가 앉거나 샤워기 아래에 서서 몸을 씻습니다. 비누는 먼지 입자 주위에 얇은 막을 만들어 물과 잘 섞여 세균, 죽은 피부, 먼지, 기름때 등이 몸에서 쉽게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지요. 또한 사우나처럼 뜨거운 증기로 목욕하기도 합니다.

목욕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37~44℃의 뜨거운 물은 근육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줍니다. 이때 피부의 독소가 쉽게 배출되는 것이지요.

목욕 시간은 15~20분이 적당하다고 하네요.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려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볼 수도 있고요. 32~36℃의 따뜻한 물은 긴장을 완화시키며, 24℃ 이하의 차가운 물은 몸의 부기를 가라앉힌다고 하는 군요.

물살 마사지는 관절염, 소아마비, 류머티즘, 뼈나 근육의 손상 같은 병을 치료하는 데 이용되기도 하지요.
특히 온천욕은, 광물질이 풍부한 물이 몸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여 예로부터 많이 이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휴가도 즐기고 건강도 돌보기 위해 온천지를 찾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을 이용한 시설인 스파(SPA)도 많아져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요.

문헌에 나타난 국내 목욕 역사는 어떨까요? 기록된 최고(最古)의 목욕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와 그의 왕비인 알영부인에서 비롯됐다고 하네요. 이후 신라에 목욕재계를 계율로 삼는 불교가 전래되자, 절에는 대형 공중목욕탕이 설치되고 가정에도 목욕시설이 마련되었다는 군요.

고려 사람들은 하루에 서너 차례 목욕했으며 피부를 희게 하려고 복숭아꽃물이나 난초 삶은 물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도 목욕이 중시되고 대중화되었다는군요. 음력 6월 보름이면 계곡이나 냇가에서 목욕하고 물맞이를 했다고 합니다.

또한 제례(祭禮) 전에 반드시 목욕재계하는 관습과 백색 피부를 얻기 위해서 목욕이 성행했다고 하네요. 대가에서는 목욕시설인 정방(淨房)을 집안에 설치해 난탕`창포탕`복숭아잎탕`쌀겨탕 등을 즐겼다고 합니다. 질병 치료를 위한 온천욕과 한증(汗蒸)도 기록에 나타납니다 .

목욕의 긴 역사는 세계역사에 고스란히 배어있지요. 고대 유적 여기저기에선 목욕탕이 발견됐지요. 그러나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개인 주택에 목욕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사치로 여겼다고 하네요. 서양에서도 도자기로 된 수도꼭지가 달린 욕조는 1920년경이 돼서야 대량 생산되었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오늘날 주택의 욕실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됐지요.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보급되고 주택이 개량되면서 욕실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화됐지만 이와 더불어 여전히 공중 목욕탕도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목욕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그 이야기는 인류 생활 문화사의 하나로써 돌아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현대에 와서는 보다 다양한 형태로 목욕을 즐기고 있지 않습니까? 목욕은 물을 이용해 전신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그로 인해 신체 컨디션을 이상적인 상태로 회복시켜 줍니다.

목욕을 레저로 즐기는 이들은 따로 시간을 내어 유명온천지 등으로 떠나기도 합니다. 영혼의 영원한 동반자가 될 우리의 몸을 생각한다면 목욕이라는 것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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