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비사]76. ‘雙十節’과 華僑

[충청비사]76. ‘雙十節’과 華僑

시위.난투극 난무 대만 최대 국경일 ‘퇴색’

  • 승인 2006-10-12 00:00
  • 前 중도일보 주필前 중도일보 주필
천수이볜 총통 퇴진 촉구 150만명 시위.의원간 충돌
타락 淸왕조 전복 중화민국 세운 근대정치 초석 흔들
세계 6천만 화교 경제력 불구 북경-대만 분단 ‘고뇌’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10일 열린 쌍십절(雙十節) 기념 행사가 아수라장이 됐다. 여야 의원들의 난투극과 150만여명의 시민들이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하야를 촉구하며 벌인 장외 시위 탓이다. 천수이볜 총통은 내년부터 쌍십절 경축행사를 폐지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대만 최대 국경일이던 쌍십절의 의미가 크게 퇴색하고 있다.





김정구는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불러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인물이지만 ‘비단장수 왕 서방’으로도 단단히 한 몫을 챙겼다. 고인이 되었지만…. 그 노래는 다분히 왕 서방을 얕잡아 본 것으로 / 비단장수 왕(王)서방 /명월이 한 테 반해서 / 비단 팔아 모은 돈 / 퉁퉁 털어서 다 줬소. / 띵호와~ 띵호와 / 명월이 한 테 반해서…. / 하하하…. / 명월이 한 테 다 줬다 / 이 노래는 왕 서방 즉 중국인을 은연중 야유한 내용처럼 들린다.

일인들은 그들 군대가 대륙을 침략하자 중국인에 대해 ‘짱꼴라’니 ‘쿠리(苦力)’ 운운하면서 하인취급을 할 무렵 이 노래가 나왔다. 그와 같은 배경 탓에 일제 말 우리들 눈에 비친 화교란 ① 빵모자에 검은 색 옷을 입고 두 소매와 바지 앞자락은 손때에 절어 번질거렸고 ② 잡화상(비단)이나 음식점의 주판알 튕기는 소리, 주판의 위 계단 5자 알은 두개로 되어 있었다.

③ 중국여인들이 몽땅 발로 걸을 때 유난스럽게 비딱거렸고 ④ 음식점에선 늘 면발 치는 ‘탁탁’소리, 이것이 그 시대 중국인의 인상이었다. 그들 화교(華僑)가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17세기 청(淸)나라에 밀려 명(明)나라의 ‘남천(南遷)’때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때 산동(山東)지방의 중국인들은 가까운 인천, 서산, 군산 등지의 서해로 대거 유입한 것을 효시로 삼는다.




화교 대전지역 672명 '둥지'




중국과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온 탓에 화교가 산발적으로 건너온 예가 적지 않을 것이며 중국 성(性)을 지닌 한국인 가문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서산 ‘가의도’에 상륙한 ‘가씨(賈氏)’도 이에 해당하며 이후 ‘賈’씨는 번창해서 법조계, 정계, 기업가 등으로 크게 활약하고 있다. 남한 땅에 거주하는 화교 수는 2만 명을 헤아리고 대전에는 672명이 살고 있으며 생업은 주로 음식점에 의존한다.

대전에서 오래된 음식점은 ‘태화장’, ‘세운성’, ‘회락반점’, ‘양자강’을 비롯 그 후 크게 늘어나 현재 37개 업체가 꾸준하게 영업 중이다.

대전의 중심가 둔산동에는 ‘미스터 왕’이라는 큰 중화요리점이 생겼으며 대중음식이라 할 ‘자장면’은 우리에게 주식처럼 익숙해져 ‘따장면’ 또는 ‘짜장면’이라 해서 즐겨 찾는다. 이들 화교들은 또, 대전(보문산 기슭)화교 소학교를 비롯, 온양, 한산, 천안, 당진 등에 교육기관을 갖추고 인천과 부산에는 ‘차이나타운’까지 건설, 보란 듯이 장사를 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선 ‘쌍십절(雙十節)’이 무슨 날인지 잘 모르는 이가 허다한 듯싶다. 하기야 남의 나라 일이니까…. 자유중국(대만)에선 ‘쌍십절’을 건국기념일로 삼고 있으며 한국에 사는 화교들 역시 줄곧 이날을 기려왔다. 한 . 중 수교 이전 이 땅에 사는 화교들은 거의가 대만 쪽에 줄을 대고 그곳을 조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쌍십절’하면 손문(孫文)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대만에선 그를 국부(國父)로 추앙하고 있는데 반해 본토에선 ‘모택동’을 ‘혁명의 아버지’로 떠받들고 있다.

‘쌍십절’이란 손문이 이끄는 혁명군이 부패한 청(淸)나라 정부에 항거, 횃불을 든 날로(1911년) 이를 ‘신해혁명(辛亥革命)’이라 부른다. 혁명군이 청조를 무찌르고 손문(孫文)을 임시 대총통으로 추대를 한 그 시점을 말한다. 손문은 외교에 능한 혁명가로 ‘삼민주의(三民主義)’, 민족, 민권, 민생이라는 근대정치의 기본을 내세워 이를 실현하려 했던 인물이다.



혁명가 손문 '삼민주의' 주창


새로운 정치사조의 전개를 위해 안으로는 ‘모택동’과 국공합작(國共合作)을 시도하며 일본에 대해선 ‘신아시아주의’를 제의할 정도의 큰 지도자로 해외유학은 물론 몇 차례의 외유를 통해 선진문명을 두루 섭렵한 정치경력도 갖고 있다. 유럽의 자연과학(진화론)과 자본주의, 시민주권을 내건 프랑스혁명, ‘H. 조지’의 사회학설과 평등, 인권존중 이념을 중국의 현대화에 접목시킨 선각자였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손문은 그리스도교 계통의 학교도 다녔고 혁명을 위해 지하조직을 이끌고 1, 2차 거병에서 실패, 해외로 나돌다 영국 주재 청나라 공관원에게 체포된 일도 있었다. 그는 대지(大地)의 선각자답게 임시대통령으로 추대된 일도 있으나 운명의 여신은 늘 그로부터 떨어져 있었다.

때론 대재벌들과 제휴, 자금줄까지 거머쥐려 했지만 변수가 끼어들고 대권을 쥐었다가도 ‘원세개’에게 넘겨주는 일까지 있었다. 그는 또 ‘송경령’과 재혼을 한 인물로도 유명한데 그렇다면 ‘송미령’의 남편 ‘장개석’과는 동서지간이 되는 셈이다. 손문은 중국인에게 ‘삼민주의’라는 말목(이상)을 꼽아 놓고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유고를 남긴 채 1925년 3월 숨을 거뒀다.

화교들이 활개 치는 지역은 동남아와 중남미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이지만 4대양 5대주 어디엘 가도 화교는 박혀있다. 세계에 분포한 화교 수는 6000만으로 초기에는 난민으로 ‘쿠리(苦力)’ 이를테면 노예와 같은 신분에서 출발, 오늘에 부상을 했다. 그들은 십대(十代)를 외국에 나가 살다보니 돈을 벌고 신분 또한 상승, 정치인, 변호사, 의사, 학자 등을 배출, 지역에 따라선 화교세상을 이루고 있다.

우선 ‘홍콩’이 그렇고 ‘싱가포르’, ‘방콕’, ‘쿠알라룸프르’, ‘인도네시아’엘 가면 화교 천하라는 인상을 풍긴다. 화교는 경제력이 큰데다 ‘중화주의’ 우월감으로 뭉쳐있는데다 ‘중국(북경)’이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콧대는 날로 높아간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눈은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한량(一兩)짜리 동전도 그들 손아귀에 들어가면 녹이 슬어도 나오질 않는다느니, 화상의 속은 음해서 예측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화교는 외국에서 10대를 살아도 귀화(歸化)하는 비율을 5%, 일본인은 20%, 한국인 40% 구미(서양)인은 90%라는 일화가 있다. 그만큼 대국(중화주의)인의 긍지는 대단해서 세계에 펴져 있는 화교의 비즈니스망은 일본과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타이’에서는 10%선의 화교가 80% 이상의 자본을 갖고 인도네시아에서는 3%의 화교가 75%의 경제권을, 필리핀에선 14%의 중국계가 60%의 경제를 거머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화교들은 EU와 미주 권과 맞먹는 아시아 경제권 확립을 노린다지만 그렇다 해서 6000만 화교가 똘똘 뭉쳐 하나가 되어 북경을 향해 충성하고 있느냐 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만과 북경이 아직은 으르렁대며 체제를 달리하고 있고 속지(屬地) 실정이 각기 다른데다, 대물림해가며 본국과 떨어져 살아왔고 변천하는 시대조류 앞에 젊은 세대의 혈통개념은 날로 퇴색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화교사회에는 오래전부터 화인(華人)이라는 새로운 칭호가 뒤따르고 있다. 그럼 ‘화인’이란 누구를 말하는가. 지난 7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화교는 대만을 조국으로 생각해왔으며 당시 북경은 공산혁명을 이룬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동서간의 냉전으로 북경은 폐쇄국처럼 되어 있었다. 거기에 대만과 본토 간의 긴장 탓으로 이중국적을 갖은 자가 증가하며 ‘혼혈’하는 자가 속출, 이들을 ‘화인’이라 부르는데 600만을 향해 ‘북경’과 ‘대만’에선 서로 자본을 끌어들이려 유화정책을 쓰는 바람에 화교들 간에 알력이 없지 않았다.

이는 일본에서 우리 민단(民團)과 조총련(朝總聯)의 암투 비슷한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어떻든 화교의 경제력과 ‘중화사상’은 대단한 것이지만 ‘화인’들은 인도네시아의 9.30사건과 5.13사태, 베트남의 ‘보트피플’같은 걸 체험을 했다. 개중에는 속지(屬地)의 환경 탓에 중국어를 배우지 못한 ‘화인’이 속출, 이들에겐 혈통과 ‘조국’ 이데올로기 같은 건 아무래도 생소한 듯하다.

반면 중국의 역사와 전통에 집착, 거기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객가계(客家系)’인물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객가(客家)’란 중국 방언(方言)의 하나로 ‘객가어’를 쓰는 부족을 뜻하는 것으로 원래 이들은 ‘황하’유역에 살던 종족이었다. 그 후예가 손문(孫文)이요, ‘등소평’인 동시에 싱가포르 수상을 지낸 ‘이광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보수파이외의 ‘화인’들의 역사개념이나 감각은 날로 변해가고 있다.

세상이 변한 탓에 화교라 해서 일렬종대로 줄서는 것은 아니고 5~6대 또는 10대가 해외에 나가 살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데다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시대를 맞은 탓이다. 그러다 보니 ‘화인’에 대해 일각에선 ① 유통체제를 좌지우지하는 악덕상인 ② 국민경제를 외면하는 이방인 ③ 국민통합의 저해자 ④ 본국에만 충성하려는 맹신도 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인격자라고 볼멘소리가 뒤따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대륙의 ‘북경’과 자유중국이라는 ‘대만’ 그리고 세계에 나가 있는 화교(華人)들은 그래서 고민을 한다. 모택동시대부터 ‘북경’은 일국 2체제(1國2體制) 등식을 내세워 대만을 ‘홍콩’처럼 속령(屬領) 취급을 해왔고 이에 반해 대만 측은 본토수복이라는 일념 아래 장개석은 본토에 관한한 삼불정책(三不政策)으로 맞서 상거래와 타협, 그리고 접촉을 하지 않겠다는 반공의 보루로 일관해왔다.



대만 장개석의 '본토수복' 꿈


이젠 ‘장개석’과 그의 아들 ‘장경국’도 가고 동서해빙의 물결 앞에 얼마간 갈등은 완화된 상황이지만 여기서 우리는 장개석과 대만의 관계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장개석’은 누구인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루스벨트’와 ‘처칠’ ‘스탈린’과 함께 ‘4巨頭’ 중 한 사람이지만 모택동에게 대륙을 송두리째 내주고 대만으로 쫓겨난 후 절치부심 본토수복을 꿈꾸다 숨을 거뒀다.

오늘의 중국은 13억 인구에 날로 커지는 경제규모 앞에 열강들도 북경 쪽에 눈을 돌리고 있어 ‘대만’은 외롭다. 86년도 서울아시안게임 때 일로 기억한다. 그때 자유중국은 국기도 게양을 못해 보고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퇴장한 사건이 그것이 있었다. 그때 대만선수들은 한국을 원망하며 ‘가장 가까운 친구로부터 배신당했다.’며 돌아갔다.

그때 필자는 중국(북경)깃발이 게양되는 건 당연하다는 논조의 사설을 썼다가 사장실에 불려가 ‘독한 사람이군!’ 소리를 들었다. 이 말은 지난날 ‘장개석’과 김구의 임시정부 관계를 의식한 때문인 듯 싶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대만을 따돌리고 북경을 향해 달려갔는데 이렇듯 역사에는 ‘건망증’이라는 게 있어 모두가 실리만을 쫓는 속성이 있는듯하다.

2차 대전 전후처리 때 스탈린이 일본열도를 독일처럼 분할 점거하자는 주장에 장개석이 막아냈지만 그 결과 한반도에 38선이 그어졌다는 걸 아는 이는 알고 있다. ‘영원한 우방과 영원한 적도 없다’는 건 이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그때 한국과 단교를 했던 ‘대만’은 국면을 전환, 현재 항공기가 인천공황을 내왕하고 서울에는 대사관 아닌 ‘대표부’가 나와 있다. 북경과 대만 사이에서 우리는 국제정치의 무상함을 새삼 느낀다.
▲ 장제스(蔣介石) 기념 동상
▲ 장제스(蔣介石) 기념 동상
▲  천수이볜 타도 외치는 화교학교 학생들
▲ 천수이볜 타도 외치는 화교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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