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택 국회의원 |
북한이 과연 어떠한 의도와 배경을 갖고, 이 같이 무모한 불장난을 저질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국제사회로부터 핵 보유국임을 인정받고, 대접받고 싶은 철없는 생각에서 저지른 일이든,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통한 체제보장을 목적으로 했든 간에 그들의 판단은 틀렸고, 그들은 너무나도 위험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번 핵실험의 파장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당장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무모한 핵실험의 결과 현재 남북관계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래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무너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 `대만 등의 핵 무장을 포함한 군비경쟁을 불러올 수도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정부당국의 책임도 분명 가려야 하겠지만, 지금 시급한 것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다. 우리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어떤 일이 있어도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무력제재를 제외한 그 어떤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북한정권 스스로가 자초한 일인 만큼 또다시 괜한 인정에 얽매여 대화만을 고집하거나 양보해선 안 된다. 우리는 민족의 생존을 볼모로 한 북한정권의 도박이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저들에게 명확히 인식시켜줘야 하며, 한반도를 핵 전쟁의 위험에 몰아넣는 그 어떤 움직임도 좌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경 대응만이 능사는 아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우리까지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북한의 핵무기 자발적 포기 유도와 한반도 전쟁 방지라는 두 가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현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북한이 핵으로 무장함으로써 한반도가 핵전쟁의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이자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성공단 사업 및 금강산 관광마저 중단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냉전시대로 되돌리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다행히 북한의 최대 맹방이라 할 수 있는 중국마저도 이번 핵무기 실험을 규탄하고 나섰다. 아마도 북한 정권은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는 않지만, 북한의 핵무기 보유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 듯 하다.
미국의 주도로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안을 마련 중에 있고, 유엔 제재에 중국마저 동참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의 내부형편상 이를 견뎌낼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이 같은 전후 상황을 감안했을 때, 북한 정권의 이번 도박은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크며,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득보다는 실이 많은 무모한 도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만을 고집해 북한이 또다시 오판할 빌미를 줘서는 안되겠지만, 지나친 불안감에 사로잡혀 안보위기를 부추길 필요도 없다.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올바로 판단하는 현실감각과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냉철한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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