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을 어찌 하오리까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계륵(鷄肋)을 어찌 하오리까

<수요광장>

  • 승인 2006-10-11 00:00
  • 신원식 대전MBC 정책기획팀장신원식 대전MBC 정책기획팀장
여성들의 수다는 ‘전화로 실컷 떠들어 놓고는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며 끊는 것으로 비유된다. 아닌 척 하지만 남자들의 수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밤늦도록 똑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고는 다음날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수다꾼들도 제법 많다.

명절 때 고향은 한바탕 수다가 벌어지는 곳이다. 고향은 그곳을 지키는 터줏대감들이 있고 외지에서 생활하다 명절을 보내기 위해 찾은 다양한 직업의 소유자들이 만나기 마련이어서 화젯 거리도 다양하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누구나 자신 있게 의견을 피력하는 공통의 화제는 아무래도 정치판이다. 지난 설의 화두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였다면 이번 추석에는 내년도 대선이었다.

신문과 방송에서도 연휴 기사거리로 대권후보들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를 담고 있었고, 여야 모두 변수가 있어 각자의 기대와 분석을 담은 이야기들이 한바퀴는 돌아서야 끝이 난다. 정계 개편과 관련해 여당 후보로는 누가 유력할 것이냐는 이야기부터, 한나라당의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여부까지 빙빙 돌다보면 결국은 각자의 선택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막상 선택의 문제로 다가서면 어느 쪽도 선뜻 내키지 않으며, 그렇다고 전혀 색다른 대안도 없어 선택을 어렵게 하는, 이른바 계륵(鷄肋)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명절의 수다내용을 들여다보면 계륵이 정치뿐만이 아니다.

이제 한달 남은 대입 수능시험에 이르면 이야기는 보다 현실적이 된다.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힐난하면서도 우리 아이는 조금 더 좋아 보이는 대학에 보내야 한다. 최근 서울시의 공무원 시험에 10만 명 이상이 몰렸다는 대목에 이르면, 대학 보내는 문제를 훌쩍 뛰어넘어 졸업 후의 취업걱정에, 경제가 좀처럼 안 풀린다는 이야기에 한참을 머물러야 한다.

불변의 진리로 치부해왔던 유클리드 기하학도 통용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두 점을 연결하는 최단 거리는 직선이라고 배워왔고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믿어 왔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행기의 최단 항로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을 그린다. 지구가 둥굴기 때문이다.

요즘 남자들의 수다는 대부분 장수(長壽)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많은 사람들이 한 두 개쯤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오래 사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수명이 74세를, 여자의 평균수명은 80세를 넘어섰다. 퇴직 후에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생활비는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무엇을 하며 노후를 보내야 할지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시대가 오랜 기간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극복하려고 했던 장애물들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에서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에 올랐어도 결국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한 문제들, 또한 제기 됐어야 했지만 피하거나 간과했던 문제들이 사방에 도사리고 있다.

추석 명절이 끝나자마자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라는 사건이 남자들의 수다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DJ 정부이후 일관되게 추진돼온 각종 대북 정책들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이고 많은 개별 사안들이 계륵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 같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