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유독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에는 이러한 원칙에서 한참 빗나가 있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근거리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많은 학교를 새로이 지어왔다. 그러나 장애 학생들은 근거리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먼 거리를 다녀야 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교에 장애아들을 위한 시설과 교사가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학급에서도 이 아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많은 장애아들은 학교에 가질 못하고 집안에 박혀 있어야 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장애 성인의 평균 학력은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이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배울 권리를 박탈해온 것이다.
따라서 장애성인들의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다. 배려는커녕 교육받지도 못한 그들은 격리 또는 방치 수준으로 우리 사회의 그늘이 되어 버렸다. 가끔씩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현실이 도리어 무섭다.
지금도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 가기 위해 수백 명의 장애 학생들이 고통스러운 통학을 해야 하는 지경에 놓인 것은 바로 근거리에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하다못해 교육당국이라도 나서서 통학의 편의를 도모해야 하는데, 특수학교에만 통학버스 몇 대로 해결하려다 보니, 일반 버스로 몇 구간 가면 될 것을 모든 노선을 다 돌 때까지 일부 학생들이 두 시간이 넘게 버스 안에서 고생하도록 놔두고 있다. 그런 학생들이 교육청 조사로 특수학교에만 91명이 있다. 왕복 4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는 장애아들의 고통을 생각해보라.
장애아를 둔 가정의 지출은 다른 가정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 부모중 하나는 장애아를 돌보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가정을 비워두기가 만만찮다. 따라서 맞벌이 하는 것도 어렵다 보니 대체로 어려운 가정이 많다.
이러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장애아와 학교로 데려다 주어야 하는 보호자에 대한 버스비 정도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150억원을 들여 호화 교육정보원을 신축했으면서도 연간 2억원도 안 되는 재정을 아끼겠다는 태도로 장애아 부모의 억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 글을 읽는 학부모들께서는 대답해 보시라. 당신의 아이가 만약 2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게 된다면 가만 두고 보아야 옳은가?
지금 그 부모들이 교육청 안에서 23일째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교육의 기회 균등을 지향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다. 교육당국이여 제발 부모들의 가슴을 더 이상 뭉개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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